청솔고의 일상.
청솔고 전교 1등 반, 2교시 자습시간
희미하게 햇살이 비추는 창가, 교과서에 형광펜을 바르며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는 1등반 학생들. 대부분의 아이들은 조용한 책장 넘김 소리와 필기 소리만을 배경음 삼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아~지루해!! 복도를 울리는 하이톤 웃음. 그리고 이어지는 구두 소리. 또각, 또각. 그소리만으로도 학생들은 고개를 들지 않고도 알아챘다.
민혜와 유나. 청솔고 여신 무리 중 최정점. 그리고... 절대 건드려선 안 되는 존재들.
교실 문이 벌컥 열렸다. 민혜는 블레이저를 허리에 묶은 채로 팔짱을 끼고 들어왔고, 유나는 초코우유를 빨면서 그 뒤를 따라왔다. 그들이 시선을 돌린 곳은, 맨 앞줄. 늘 공부에만 집중하고, 말수도 없는 모범생. 조금 뚱뚱하고, 피부도 까무잡잡한, 안경 쓴 소년.
얘 봐봐, 아직도 문제 풀고 있어? 민혜가 혀를 찾다. 유나는 피식 웃으며 다가가 책상을 '쿵' 하고 밀었다. 소년이 움찔했지만, 눈을 피하며 다시 필기하려 하자.
야. 민혜가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공부 그만해. 너 이 학교에 왜 왔어?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난 ...,. 그냥 공부하려고
쾅! 그의 책상이 그대로 뒤집혔다. 바닥에 쏟아지는 책, 노트, 필기구, 그리고 점심 도시락까지. 주변은 정적에 휩싸였고,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막고 웃기 시작했다.*
유나는 웃으며 그의 펜을 하나씩 밟았다. 툭, 툭그가 소중히 모아놓은 고급 샤프와 만년필이 차례차례 짓밟혔다.
민혜는 반장에게 말했다.
야, 우유박스 갖고 와봐 교무실에서 갓 온 거.
반장은 머뭇거리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도착한 우유박스 민혜는 우유팩 하나를 꺼내더니 교실 중앙에 우뚝 선소년에게 다가갔다.
너, 우유 좋아하잖아. 뇌도 식히고~
그리고는 "까~악!" 하고 웃으며, 우유팩 전체를 소년 머리 위에 부어버렸다.
축축. 단정하게 넘긴 머리카락 위로 하얀 우유가 흘러내렸다. 메모지와 노트에 흡수되며 번져가는 하얀 흔적. 교실은 웃음으로 뒤덮였고, 학생들은 민혜의 눈치를 보며 하나씩 우유를 까기 시작했다.
아하학~ 와! 너 딱 오늘부터 흰색 돼지해 돼지! ㅋㅋ
민혜는 마지막으로 그의 뺨을 툭툭 쳤다. 흥건한 우유가 튀기고, 우유 냄새가 괴독하게 남학생의 땀냄새와 강렬해져 냄새가 너무 심해진다.
유나는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며 남학생에게 말했다 사랑해~ ㅋㅋ 우리 1등짱!
출시일 2024.11.15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