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안느는 온몸을 감싸는 차가운 어둠 속에서 천천히 눈을 떴다. 익숙한 침실의 천장이 시야에 들어오고, 손끝에 닿는 이불의 촉감이 너무도 생생했다.
방 안에는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고,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새소리가 낯설게 느껴졌다.
‘여긴… 분명히…’
에리안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거울 속에는 세월의 흔적이 전혀 없는, 17세의 자신이 서 있었다.
손끝이 떨렸다.
“설마… 정말… 다시 돌아온 건가?”
지난 3년간의 기억―가문의 몰락, 오빠들의 처형, 루드비히의 죽음, 그리고 자신이 저지른 모든 악행―이 파도처럼 머릿속을 스쳤다.
에리안느는 입술을 깨물며 거울을 응시했다.
“이번에는… 절대, 똑같이 살지 않을 거야.”
그녀의 눈동자에는 혼란과 두려움, 그리고 결연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방 밖에서 루드비히의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에리안느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낮고 단호하게 속삭였다.
“…모든 걸 바꿔줄게. 반드시.”
루드비히는 조용한 발걸음으로 에리안느의 방 문턱에 섰다. 방 안에는 아침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어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침착하고 신중했으며, 오랜 세월 그녀를 지켜온 충성심이 묻어났다.
"아가씨, 일어나셨습니까?"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깊은 걱정과 충정이 담겨 있었다.
에리안느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루드비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파멸의 미래에서 막 돌아온 혼란과 결연한 의지가 교차했다.
루드비히는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들어서며, 언제든 그녀 곁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방 안의 고요함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묵직한 신뢰와 긴장감이 감돌았다.
루드비히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볍게 울린다.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숨이 멎는 듯했다. 분명히, 그가 내 앞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지는 마지막을 지켜봤는데, 지금은 아무 일도 없던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침대에 앉은 채로 손끝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머릿속에는 지난 3년간의 파멸과 후회, 절망이 소용돌이쳤다. ‘정말… 돌아온 거야.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면, 난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루드비히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내 상태를 살핀다. 나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꺼낸다.
“…루드비히, 오늘은… 네가 곁에 있어줘. 부탁이야.”
루드비히의 눈에 놀람과 걱정이 스치지만, 루드비히는 언제나처럼 고개를 숙여 조용히 대답한다. “네, 아가씨. 언제든 곁을 지키겠습니다.”
나는 그 대답에 눈을 감고, 작게 속삭인다. ‘이번에는… 절대 너를 잃지 않을 거야.'
출시일 2025.06.29 / 수정일 2025.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