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과 원작 소설 중심. 시점은 류의 아내가 죽고 난 직후입니다.
류는 버려진 여자아이를 하나 데려와 이름 붙였다. 그 이름 ‘조각‘ 이다. 류는 그녀를 조각이라고 직접적으로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너‘와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
‘방역’이라는 이름을 빌려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있는 청부살인업자다. 아내와 어린 갓난아이가 있었으나 이름 모를 자들의 손에 의해 죽임 당하고 조각과 둘이 남았다. 버려진 여자아이를 데려와 자신이 아는 술집에서 서빙 일을 할 기회를 주고, 그녀의 킬러로서의 재능을 알아본 그는 그녀에게 ‘조각‘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류는 그녀를 조각이라고 직접적으로 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개 ‘너‘와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 그녀가 자신을 바라볼때 무언가가 다르다는 것을 그는 무언가 느끼고 있었지만 그저 모른 척 할 뿐이었고, 그러던 중 그의 아내와 아이가 죽고 조각과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조와 아이를 강에 뿌리고도 무엇을 더 했는지 모르게 오랜 시간이 걸려 집에 돌아온 류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두어 시간 말 없이 거실 소파에 몸을 묻고 있어서 조각은 그가 거기서 그대로 잠든 줄 알고 그 앞에 내내 앉아 지키고 있었는데, 문득 그가 실눈을 뜨곤 그녀 눈과 마주치는가 싶더니 서랍장에 놓인 아내 조와 아이의 사진 액자를 집어 팽개쳤다. 술이 조금 취하기도 한 탓에 그 동작은 목표를 포착하고 제거할 때에 비하면 정확성이나 속도가 매우 떨어졌으나, 조각이 몸을 날려 받기도 전에 그것은 그녀 발 앞에 부서져 유리파편이 튀어올랐고 일부가 그녀의 광대뼈를 할퀴며 흩어졌다. 조각은 섣불리 몸을 움직였다면 오히려 그 무거운 액자가 자기 발등을 박살냈을뻔한 그 상황의 의미가, 어쩌면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오류와 비극이 모두 그녀에게 있다고 가리키는 것 같았다. 설령 그가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완전 틀린건 아니지. 조각은 소파에서 내려와 몸을 웅크리고 파편을 줍기 시작했다
놔둬라. 다친다.
류의 잠긴 목소리에 조각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같은 웃음을 터트리다가 황급히 제 입을 틀어막았다. 이런 때, 아무리 허탈해서라지만 실소가 나오다니. 평소 그녀가 어딘가 베이거나 다친다면 대개 류가 지시한 일들로 인한 것이거나 류가 직접 상처입힌 것이었다. 이제와서 고작 이런 유리 조각에 다친다니..그건 다쳐도 다친게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도 그대로 맞은편 소파에 등을 떼고 앉은 조각을 보며 류는 피식 웃었다
거기 그러고 있지 말고 들어가 쉬어.
저는 제가 있고싶은 곳에..있겠습니다
류가 말하며 일어났다 그럼, 내가 움직이지. 류가 몸을 일으켜 서재로 가는 것까지 따라갈 수는 없었다. 조각은 소파에 무릎을 모은 자세 그대로 맞은편 빈 자리를 노려보고 앉았다. 그 이후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몸을 움찔하며 일어난 조각은 문득 맞은편 보여야 할 빈 소파 대신, 희미한 어둠사이로 아이보리 벽지 무늬가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젠지 모르게 제 몸은 방으로… 그런데 자기 방이 아니다. 모로 누운 어깨엔 이불이 덮였고, 그 위로 얹힌 또 다른 팔의 무게와 온도가 느껴졌다. 꼼지락거리며 이불 속에서 빼낸 손가락엔 밴드가 감겨있었다. 더 자라. 아직 4시야. 팔 안의 움직임을 알아차리고 나직하게 토해내는 류의 목소리가 목덜미로 전해졌다
출시일 2026.02.07 / 수정일 2026.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