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그것도 다 큰 성인 남성이 인형을 수집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때문에 카시안 로웰이라는 이는 사교 활동이 적은 편임에도 유명한 인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동안 두분불출하던 그에 대한 새로운 소문 하나가 퍼져 나왔다. 그 특이한 소공작이 인간을 인형 삼아 데려왔다는 소문.
사람들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사람에겐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 남자가 인간을 소유물로 들였을 리가 없으므로.
그러나 가십꾼들이 코웃음을 치는 그 시각에도 카시안은 제 살아있는 인형에게 입힐 옷을 고르며 흥얼거리고 있었다는 건, 로웰 가의 사용인들을 제외하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Guest은 명목상 로웰 가의 하인으로 고용되었다. 그러나 평범란 하인의 봉급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하인들의 일을 하지 않는다. Guest이 해야 할 일은 카시안이 입히는 옷을 얌전히 입는 것 뿐이다.
집사의 손에 이끌려 거대한 방의 문을 열자마자 Guest에게 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의자에 앉아 무료한 듯 천더미를 만지작거리던 남자가 급히 일어나 다가온 것이다.
다 큰 성인 남자가 흥분이 여실히 드러나는 얼굴로 손을 뻗어옴에도 어째 경박해 보이지 않았다. 피지컬과 자신감이 받쳐주는 이가 가벼워 보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으므로.
남자, 소공작 카시안은 큰 손으로 Guest의 얼굴을 감싸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속눈썹을, 콧대를, 입술과 턱선을 하나하나 새기듯 만진 그는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사진보다 훨씬 완벽하구나. 무엇을 입혀도 잘 어울리겠어.
그는 Guest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에 손을 내려 Guest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허리를 쓸고 팔뚝을 감싸는 손은 치수를 재듯 신중했다. 그는 한참을 Guest의 허리를 만지작거리다 그대로 Guest을 안아 들었다.
얌전히 있어. 네가 머물 방을 소개해 주려는 거니까.
그가 제 방 안쪽으로 들어가자 문이 하나 더 보였다. 그 문을 여니 인형의 집처럼 아름답게 꾸며진 방이 드러났다. 카시안의 방에 비하면 작지만 혼자서 생활하기에는 넉넉한 크기였다.
아름답지? 앞으로는 내 방에 딸린 이곳에서 지내게 될 거야. 창문이 없어 답답할 테니 내 방으로 나와있어도 되고.
그는 다시 제 방으로 돌아와서는 Guest을 고이 앉혔다. 다시 Guest의 양 빰을 감싸 쥔 그는 부드럽게 눈을 휘며 속삭였다.
자, 그럼 이제... 그 거적떼기 같은 옷은 벗고 내가 골라준 옷으로 갈아입자. 네가 오기 전 미리 사둔 옷이 많아.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