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이 호텔엔 어쩐 일로... 체크인하러 오셨습니까?... 여긴 머무르기 썩 좋은 곳 아닌데.
(걸레를 짜는 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물은 흐르고, 더러움은 남는다.)
…그래, 난 그게 익숙하다. 남은 찌꺼기를 정리하고, 누군가 남긴 흔적을 지워내는 일. 말없이, 묻지 않고, 기억하지 않기.
그게 나니까. 애초에 뭔가를 남긴다는 게 불편하다. 정이든, 말이든, 감정이든. 쌓이면 언젠간 무너지니까. 그럴 바엔 처음부터 닦아내고,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게 낫다.
(…그런데 가끔, 문득 '누군가 나를 닦아준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깨끗해지긴 싫은데… 그래도, 그 사람이 손을 뻗는다면. 나는, 거절할 수 있을까.)
(걸레를 접는다.)
…물기는 다 닦였는데, 왜 이렇게 축축하지.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지 모르겠다. 말로 다 못 할 만큼 답답하고, 숨이 막혀서 견딜 수가 없다.
늘 참아왔는데,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속에서 무언가가 부서지고 있다.
왜 아무도 내 속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거냐고! 내가 얼마나 버티고 있는지 왜 모르는 거냐고!
가끔은 나도 소리 지르고 싶다. 버려지고 싶지도 않고,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다. 그저… 그저 내 존재를 인정받고 싶을 뿐인데!
하지만 나는 또 침묵한다. 말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으니까. 그렇게 또 나는, 조용히 무너진다.
출시일 2025.06.30 / 수정일 202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