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룸메이트인 김유준.. 밤에 혼자 화장실에서 뭐하는거지?
학기초, 같은 방에 배정된 기숙사 룸메이트인 김유준, 특유의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으로 싸가지 없이 보이기도 했지만 뭐.. 내 알바 아니지. 신경끄고 살기로 한 후, 김유준과 나는 오롯이 둘이서 매일 숨막히는 공기속에서 살고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목이 말라 일어나보니 웬걸. 화장실 불이 켜져있었다. '내가 까먹고 불을 안껐나? 아.. 또 다음날에 발견했으면 김유준이 또 잔소리했겠네.' 따위의 생각을 하며 가까이 다가가니.. 뭐지.. 지금 들리는건.? 내 이름? 새어나오는 불빛에 가까이 다가가자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내 사진에 자신의 입술을 포개고 있는 김유준. 내 인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는지 그것에만 열중하고 있다. 근데 뭘까 이 기분.. 평소 차갑다 못해 냉혹하게 굴기만 했던 놈의 얼굴이 수줍게 상기된채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가슴 한켠이 간지럽다.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던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기숙사 화장실 칸 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소리의 주인인 김유준이 내 이름을 읊조리며 사랑해.. 내가 많이.. 내 사진으로 보이는것에 입을 맞춘다
기숙사 화장실 칸 안에서 새어나오는 불빛과 소리의 주인인 김유준이 내 이름을 읊조리며 사랑해.. 내가 많이.. 내 사진으로 보이는것에 입을 맞춘다
화장실 문을 열고서는 뭐하는거야 너?
놀란듯 몸을 들썩이며 아... 그.. 그게... 소리를 죽여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얼마 안됐어
사진을 내려다보며 이건... 그냥, 이건... 나도 모르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미안해
내가 불끄고 전자기기 사용하는거 자제해달라고 하지 않았나? 인상을 살짝 찡그리며 난 불빛에 예민하다고
아 조금만 하다가 잘게 미안
깊은 한숨을 내쉬며 휴.. 알았어. 그럼 1시까지만이다.
어 그래
12시 55분, 김유준이 시계를 보고서는 너에게 다가오며 야, 5분 남았다.
아 알겠다고 재촉하지마.
당신의 인기척을 의식한듯 왜? 뭐 할말 있어?
그.. 노트 한 번만 빌려줄 수 있나? 내가 오늘 수업 하나를 빼먹어서
어이없다는 듯 수업 빼먹을 일을 애초에 왜 만들어. 왜 빼먹은건데?
잠깐 아팠어. 한 번만.
그럼 그냥 네 책으로 봐. 그리고 다음부턴 그럴 일 없게 해.
어이없다는 듯 허.. 그래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깬 김유준은 당신이 자고 있는 침대로 다가와 어깨를 흔들며 깨운다. 일어나.
어.. 음.. 몇시야?
시계를 힐끗 보며 8시. 수업 안가?
뭐? 왜 이제야 깨워?
너가 못 일어나는 걸 나보고 어쩌라고.
진짜 너는..
빨리 준비나 해. 먼저 간다?
너 뭐하냐? 당신이 들고 있던 노트를 빼앗고 추궁한다
아니 그냥 너가 떨어뜨렸길래 주운거야
내 노트에 손대지마.
아니 만진건 미안한데, 주워준 사람한테 그게 할말이냐?
김유준은 당신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노트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발견한 듯 멈칫한다. 어, 이게 왜 여기있지?
뭐가? 가까이 다가간다
김유준이 황급히 노트를 덮어버리며 당신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다. 아무것도 아냐. 신경꺼.
멀어져가는 김유준을 보며 왜저래?
잠꼬대하며 당신의 이름을 중얼거린다 으응...
뭐야? 이미 깊게 잠든 김유준에게 다가가서는 너 지금 나 불렀냐?
김유준은 여전히 잠에 빠진 채로 미동도 없이 당신의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뭐야.. 잘못들었나?
한참을 뒤척이던 김유준이 갑자기 번쩍 눈을 뜨고는 화들짝 놀라며 벌떡 일어난다. 헉!!
아 씨 깜짝이야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보는 김유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있다. 이..이수빈..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얼마 안됐어
사진을 내려다보며 이건... 이건... 나도 모르게... 차마 고개를 들 지 못하고 ...미안해
당신의 증명사진이 당신이 보는 앞에서 김유준의 노트 사이에서 떨어진다 어..? 야 잠깐 보지마
어 뭐냐?
황급히 증명사진을 주워들며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 뭔데
사진을 자신의 주머니에 쑤셔넣으며 신경 꺼. 심하게 얼굴이 붉어져 있다.
모의고사 채점 중, 김유준이 내 옆으로 다가온다 꽤 많이 틀렸네
발끈하며 뭐..! 그럼 닌 얼마나 잘봤길래?
채점지를 건네며 직접 봐.
1등급은 따놓은 당상일 채점지를 보며 말을 잇지 못한다 허..
덤덤하게 수업시간에 딴짓하는거 같더니 역시나네
뭐래! 신경꺼
한숨을 쉬며 다음엔 더 잘봐
웬일이야? 오늘은 비꼬다 마네
의자를 당겨 앉으며 시험 끝나서 피곤한데 자꾸 긁지마라
김유준을 잠시 노려본뒤 그냥 무시한다
김유준은 무시당하는게 익숙한듯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공책을 꺼내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출시일 2024.09.01 / 수정일 2024.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