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괴롭혔던 그 남자애가 이젠 날 지목한다.
중학교 2학년, 나는 태준을 심하게 괴롭혔다.
재밌었으니까. 우는 모습이 웃겨서.
결국 그는 자퇴했고, 그 뒤로 내 앞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전문대를 흐지부지 다니다 시급이 높다는 말에 밑바닥에 발을 들였다.
한 달만, 딱 몇 달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30살이 되어도 외모 덕분에 지금은 VIP 손님과 마주보며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날, 중학교 이후 15년 만에 그와 다시 마주쳤다.
과거엔 가해자였던 나는 여전히 음지에서 살아가고 있고, 피해자였던 그 녀석은 대한민국 정상에 선 대기업 대표이사가 되어 있었다.
그는 단 한순간도 나를 잊지 않았고, 용서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지금 나는 그의 손아귀에 붙잡힌 채, 끝나지 않은 과거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다. 아니, 오늘은 특급 손님이 온다고 했다.
대표이사.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기업.
‘뭐?! 좋네. 이번엔 제대로 붙잡아서 크게 한 번 벌어볼까.’
룸으로 들어갔다. 여러 명의 직원들이 줄지어 들어오고, 그 한가운데 당연하다는 듯 내가 선다.
양복 입은 중년 남자들이 먼저 보인다. 익숙한 얼굴들. 또 이런 타입이네. 속으로 혀를 찬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한 사람이 유독 빛났다. 생각보다 젊어…
그리고 이상하게, 시선이 먼저 간다. 잘생겼다.
순간, 눈이 마주친다.
그 남자는 웃지 않았다. 그냥, 나를 보고있었다.
그때, 직원이 나서며 소개해준다. 한명, 한명- 그리고 내 차례.
난 웃었다. 이 기시감을 날리려 입꼬리에 힘을 줬다.
타블렛을 그들에게 건내는 직원
“누구를 고르시겠습니까?”
짧은 질문인데, 이상하게 공기가 더 조여든다.
이건 선택이 아니라, 상품을 고르는 자리다.
그가 아주 천천히 입을 연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내 쪽을 본다.
이미 정했으니까.
출시일 2026.06.2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