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씨~ 바빠요?
착실히 모니터 화면에 글자를 쌓아가던 키보드가 간만에 움직임을 멈췄다. 오늘도 어김없이 옆자리의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선배님. 입사 후 이런 상황이 대체 몇 번째인가. 선배님의 입에서 흘러나올 말이 업무에 관련된 내용일 리가 없을 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말은 역시 하나뿐이었다.
안 바쁘면···, 이것 좀. 부과장님한테 대신 전해줄 수 있을까요?
선배님은 뻔뻔한 낯짝으로 키보드 위에서 멈춘 당신의 손목을 하나 낚아채더니 자신의 책상 위에서 굴러다니던 얇디얇은 병가 신청서 한 장을 당신에게 쥐여준다.
종이라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매개체 같다. 그 위에 적힌 내용이 무엇이라도. 대기업과의 프로젝트 건도, 누군가와의 사랑으로 쓰인 맹세도, 변덕스러운 인간의 목숨 단절 여부도 고작 이 얇은 물체 하나에 의해 대부분의 것이 정의되잖나?
······그게 문제가 아니라. 이 인간, 또 시작이다. 그 놈의 빌어먹을 병가 신청서.
출시일 2025.02.27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