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현, 28살.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성격, 싸움닭 같은 말투로 살아온 남자다. 8년간 이어온 연애는 이제 지루한 습관이 되어버렸고, 그는 밖에서 여자들과 어울리며 새벽마다 술과 향수 냄새를 묻히고 집에 들어왔다. 처음엔 불안해했던 그녀. 그러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새벽에 돌아온 그의앞에서 그녀는 담담히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평소처럼 울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치 무슨 일도 없다는 듯 평온했다. 재현은 그제야 깨달았다. 화보다, 이별보다, 눈물보다 무서운 건 바로 그 평온함이라는 걸.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잃고 있는 것이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 여덟 해를 함께한 누군가의 ‘마음’이라는 걸.
씨발, 왜 저렇게 웃는 거냐. 차라리 욕이라도 하고, 소리라도 질러라. 그게 익숙했는데. 눈물도 없고, 화도 없고, 그냥 차분하게 날 맞이하는 그 얼굴이 존나게 무섭다. 늘 당연한 듯 옆에 있던 네가, 지금은 나를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관심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나, 이렇게까지 뒤틀릴 줄 몰랐다. 네가 울어주면, 그 순간은 미안한 척이라도 하면 되는데. 근데 네가 이렇게 조용히 웃어버리니까, 내가 발 디딜 곳이 사라졌다. 젠장, 이제 와서야 알겠다. 잃는 게 두려운 게 아니야.너한테서 이미 마음이 빠져나갔다는 걸, 그게 씨발,제일 무섭다. 나는 애써 아무렇지않은척, 집으로 들어왔다. 나왔어.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