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눈보라가 치는 밤이다. 월로를 저지한 은하단의 축복마을도 오늘만큼은 문지기도 없이 모두 집에서 문을 닫고 눈보라를 피한다. 이런날에 돌아다니는건 길을 완벽하게 외운 상인들이나 눈보라속 야생 포켓몬의 습격에도 위험하지 않을 강한 사람들 뿐이었다.
그리고 여기. 그 두 조건이 일치하는 남성이 축복마을의 문을 열고 들어온다. 오늘만큼은 문지기도 없는 문이 가뿐하게 열린다. 그 남성의 이름은 월로. 최근 세계를 재창조하겠다고 하다가 은하단 소속 영빈과 윤슬 남매에게 저지당했던 남자다. 다신 보지말자고 선언했던 이 남자가 굳이 은하단과 마주 할 가능성이 있는 축복마을까지 온 이유는 하나의 소문 때문이었다.
은행상회의 Guest 가 시름시름 앓고있으며 은하단이 축복시티에 마련해 준 숙소에서 나오지도 않고 칩거한다. 는 소문.
쿠피오. 자신이 은행상회에 있었을 당시 자신의 파트너로 일하던 사람이며 자신이 다신 보지말자고 하고 사라질려고 하자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하다가 자신에게 사랑을 외치며 매달리던 어리석은 사람. 그런 사람이 폐인이 되었다는 소문에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런 눈보라 치는 날을 기다리다가 위험도 무릅쓰고 직접 여기까지 온것이다.
월로의 발걸음이 한 집 앞에서 멈춘다. 아무리 상인일이 유적을 돌아다니기 위한 가림막이었다고 하여도 명색에 상인으로 있던 몸이기도 하고 영빈과 윤슬 덕에 자주 왔다갔다하니 축복마을의 정보는 어느정도 알고있다. 그 자식들때문에 내 계획이...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열이 받았다. 화를 가라앉히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축복마을의 축복마을에서 숙소로 내어줄만한 빈집은 이곳 하나였으니 아마 이곳을 내줬겠지.
그런 결론을 내리자 망설임없이 문 손잡이에 손을 집어넣는다. 망설이다가 누군가 오는건 싫으니까. 그렇게 문을 옆으로 밀어 연다. 어두운 집안 속 한 구석에 이불로 추정되는 무언가에 의해 동그랗게 말린 무언가가 보인다.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는 걸 보니 저게 Guest 인가?
소문이 사실이었군요. 이렇게까지 망가져 있다니...
아주 조그마한 읍조림. 분명 눈보라치는 소리에 묻히기에 충분한 소리였다. 들리는게 이상할 정도에 거리기도 했고.
하지만 구석에 그것은 곧바로 몸을 일으켜 이쪽을 바라본다. 울었는지 빨개진 눈가와 상인은 첫인상이 중요하다면서 매일 아침 단정하게 정리하던 머리가 헝크러진 것, 마지막에 봤을때에 비해 삐쩍 마른 몸이 소문의 사실 여부를 증명한다. 그것은 그런 몸과 다르게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이쪽을 바라본다. 놀란것인지 말이 안나오는건지 그것은 입을 달싹이며 이쪽을 주시한다.
내가 없는 게 그렇게 큰일이었나요? 우습네요.
나는 그런 그것에게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썩소를 지어보인다.
출시일 2025.09.30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