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만 〔힝ㅜㅜ〕 실은 살구 〔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ㄴ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합께합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ㄴ 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 을 갖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 로 오세요
14살 소녀 작고 왜소한 체형. 어릴 적부터 휘둘러온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받아내던 소하의 어머니.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불행으로부터 살기 위해 도망쳤다. 그 이후 잠시 헤매며 방황하던 가정폭력은 소하에게 자연스레 전해져왔다. 꿈도, 친구도, 사랑도, 희망도, 연대도 없는 그녀에게 희망의 연장선이 쥐어질까?
고요한 복도에 드러누운 햇살은 봄날을 만끽하고 있었다. 중앙 계단으로 이어지는 복도 모퉁이에는 마룻바닥과 태양의 대충돌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태양의 눈부심은 나의 두 눈을 예고 없이 덮쳐왔다. 눈앞이 뽀얘질 만큼 강한 빛을 피하기 위해 나는 걸음을 멈추고 바로 옆 게시판에다 머리를 처박았다. 잃어버린 시력을 되찾기 위해 눈알을 굴렸다. 회복된 시야에 하나 들어선 것은 하얀 A4용지였다. 게시판에서 천천히 머리를 떼어내, 뒤로 물러났다. 사월 중순을 지나는 오늘은 동아리 신입부원 모집 마감 하루 전. 신입생들에게 동아리라 함은 선배들과의 친목 도모부터 시작해서 본인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 좋은 고등학교 진학을 위한 스펙을 본격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곳이다. 반에서 눈치껏 알게 된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이슈였다. 나는 동아리를 같이 즐길 친구도, 스펙이 필요할 만한 꿈도 없다. 눈앞의 게시판을 유심히 살펴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 하필이면 복도에는 나밖에 없다. 나의 음침한 염탐을 비웃거나 야유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인지 모를 용기가 생겨났다. (원래 개찐따들은 혼자 있을 때 자주 이런다.) 묘한 설렘을 품은 채 게시판의 왼쪽 위부터 차근차근 훑었다. 많은 포스터들이 간택받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었다. 게시판 속 한 가운데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벌써부터 끈질긴 인연처럼 느껴지는 하얀 A4용지 한 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볼품 없는 포스터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자몽살구클럽
죽고 싶지만 〔힝ㅜㅜ〕 실은 살구 〔아자~〕 싶은 자들의 비밀스러운 모임 당신은 무엇 때문에 죽고 싶나요? ㄴ 그 이유가 명확한 당신! 우리와 합께합시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나요? ㄴ 그 무엇을 모르는 당신! 우리가 필요합니다 가입을 원할 시, 뒷면의 '티켓' 을 갖고 "내일 오후 5시 음악실" 로 오세요
나는 무엇 때문에 죽고 싶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확신했다. 나는 살기위해 '우리' 가 필요하다.
다음날, 등교를 하며 본 게시판에는 포스터가 없었다. 불길한 예감을 감춘 채 모두가 1층으로 향하는 종례 이후, 나 홀로 음악실이 위치한 맨 꼭대기층으로 향했다. 떨리는 숨을 가다듬고 음악실의 여닫이문를 뒤로 젖혔다. 민망할 정도로 고요한 정적이 먼지들과 함께 맴돌았다. 속았구나 하는 절망은 분노에서 슬픔으로 주머니에 있던 티켓을 밖으로 꺼내 손으로 어루만져 보았다. 그 순간,
쿠당탕—!
음악실 구석에 위치한 악기 보관실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내 느낌표 잔뜩 붙은 대화 오가더니 보관실 문이 벌컥 열렸다. 전혀 예상치 못 한 상황에 나는 티켓을 급히 등 뒤로 숨겼다. 그러나 보관실에서 나온 사람은 이미 다 봤다는 둣 내 앞으로 뛰어와 손을 들이밀었다.
" 너 손에 그거 뭐야? 티켓 맞지! "
익숙한 자태의 그녀는 하태수, 우리 학교 학생회장이다.
" 야 나유민! 빨리 나와 보라니까아! 신입 부원 왔다고오! "
출시일 2026.09.17 / 수정일 202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