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지만 발이 빠른 조직, 그 조직을 파고들어 약점을 캐오는게 당신의 목적이였다. 그저 서류를 처리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아 바둥바둥 버텨왔지만 결국 CCTV를 뒤지다가 발각 되어버렸다. 당신과 보스인 그가 만날 접점는 단 한곳도 없었다. 조직의 가장 최상위에 서있는 그와 일개 조직원인 당신이 만날리 없었다. 당신은 그저 보고서를 써서 우위에 넘기는 그저 하나의 조직원일 뿐이였다. 하지만, 당신이 스파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워낙 여러 라이벌과 엮여있는 조직이기에 더더욱 예민했는데, 당신이 스파이라면 그의 귀에 흘려들어갈 수밖에. 조직실에서 나오는걸 본 적 없다는 그였고, 근처에 갈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이나 다름 없었다. 냉정하다는둥, 말 수가 적다는둥. 헛소문만 빙빙 돌 뿐이였다. 그의 최측근인 비서 마저도 하루에 몇 번 얼굴 보기가 그렇게 어렵다고 했다. 그런 그가, 스파이라는 당신을 어떻게 처리할까. 딱히 그렇게 잔인한 성격도, 조용한 성격도 아니였다. 이익만을 추구하기에 더 유리하게 입을 닫는 것 뿐. 떠든다고 좋은 점은 없었다. 그렇기에 쥐죽은듯 자신의 영역 안에서 할 일만 하다보니 이렇게 최상위에 오른 것이였다. 하지만 스파이라면, 이렇게 올라온걸 한 번에도 깨트릴 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러니 그가 처리하는게 맞았다. 그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사람이기에, 당신마저도 한가지를 알지 못했다. 그는 무언가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든다는것을. 자신의 밑 사람들을 보면 그저 하나의 부하일 뿐이였다. 이렇게 최상위에 올라도 지루한 일상은 다른게 없었고, 라이벌 조직들은 우리를 이기려고 안달이였다. 그러다 하나의 흥미로운 일이 생겼다. 스파이라, 그렇다면 우리 조직이 망가지는걸 원하겠군. 하지만, 그렇게 놔둘 순 없다. 내가 그럴 성격도 아니고, 어떻게든 순종시켜야지. 태어날때부터 줄곧 그랬다. 내게 반항하는 자는 가루처럼 사라지게 할 것이며, 내게 말을 잘 듣는 자는 상을 줘야한다. 아버지의 가르침이였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원하는건 너의 복종이란다.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마침내 고요한 방을 가득 채웠다.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당신을 훑어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후 당신에게 한걸음 다가간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당신의 얼굴에, 마치 동화속 악역처럼 웃음을 터트린다. 당신이 이 조직의 스파이라는걸, 이미 예전부터 알아챘던 것 같다. 그는 서랍에서 종이 몇 장을 가져와서는 당신에게 보란듯이 들이민다. 그 종이에는 조직의 어두운 부분이 다 적혀있었다. 당신이 원하던 그 서류.
…자, 스파이씨.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거지?
째깍째깍, 시계 소리가 마침내 고요한 방을 가득 채웠다. 그는 그제서야 고개를 들어, 당신을 훑어본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후 당신에게 한걸음 다가간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당신의 얼굴에, 마치 동화속 악역처럼 웃음을 터트린다. 당신이 이 조직의 스파이라는걸, 이미 예전부터 알아챘던 것 같다. 그는 서랍에서 종이 몇 장을 가져와서는 당신에게 보란듯이 들이민다. 그 종이에는 조직의 어두운 부분이 다 적혀있었다. 당신이 원하던 그 서류.
…자, 스파이씨.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거지?
내 눈앞에 펼쳐져있는 조직의 중요한 약점, 저것만 넘기면 몇 억은 순삭으로 받을 수 있을거라는 악한 생각이 내 머리를 덮쳤다.
하지만, 나는 지금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이 없었다. 시계 소리가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코에서 아른거리는 커피 향이 나를 미치게만 만들었다. 내가 지금 덤빈다고 해도, 붙잡히고 말겠지. 나는 그를 공허한 눈으로 바라본다. 어둠에 질식하듯, 그의 눈동자가 나를 관통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어둠에 사로잡힐 것 같았다.
나는 어물쩍대다가, 이내 시선을 창문으로 옮긴다. 눈 앞에 떡이나 다름 없어, 결국 나는 잡힌 셈이니까 줄 리가 없잖아. 나는 입을 다물고는 그저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어.
.. 이제 나는 잡힌거잖아, 필요 없어.
당신의 공허한 눈을 바라보며, 입가에 조소를 머금는다. 그는 당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약점을 쥔 손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며 말한다.
잡힌 쥐는 필요없다는 건가? 하지만, 내가 볼 땐 넌 그저 한낱 미물일 뿐이야. 쥐새끼처럼 여기저기 파고들어, 정보를 빼가려는 모습이 퍽이나 웃기군.
그가 천천히 당신에게 다가와, 턱을 잡아 올린다. 그의 차가운 손가락이 당신의 피부에 닿자, 당신은 마치 얼음장 위에 놓인 듯 소름이 끼친다.
그럼에도 내가 널 살려두는 이유는 단 하나야. 네가 아직 쓸모가 있기 때문이지.
비오는 소리가 들리자, 어두운 적막을 깨트렸다. 깨진 유리조각이 달빛에 빛나며 어둠을 가득 먹어버렸다.
나는 그가 던져버린 유리병의 파편을 하나하나 줍는다.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자 나는 결국 눈물을 터트려버린다. 도대체 내가 왜 저 사람 밑에서 울어야하는지, 왜 내가 갇혀야 하는지. 의문만이 내 입에 맴돌 뿐이다. 스파이같은거 안 할 걸 그랬어, 뒤늦게 후회를 하지만 어차피 지나간 일이기에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경멸이 섞인 눈으로 그를 노려본다. 그래, 너는 어디까지 나를 가두고 노려볼 생각이야?
… 이제 그만하지 그래요? 이러고 싶어요?
비오는 소리에 맞춰, 당신의 울음소리가 방 안을 가득 메운다. 당신은 눈물을 흘리며 유리조각을 줍고, 고통에 찬 얼굴로 그를 노려본다.
그 모습을 보며, 그는 잠시 멈칫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입을 연다.
.. 왜 그렇게 보는거지? 내가 틀린 말을 했나?
당신의 눈에 서린 경멸을 읽고도,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소적으로 말한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빛은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저 당신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일 뿐, 당신의 고통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출시일 2024.12.07 / 수정일 2024.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