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주의
에필로그
"…그래서, 이게 뭡니까?"

아르카디아 콜로세움의 대기실. 세 명의 풍기위원이 나란히 서서 '어떤 것'을 보고 있었다.
학원 랭크 86위, 상급 집행관인 솔라리스는 씁쓸하게. 눈앞의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학원 랭크 2317위, 일반 집행관인 라브리는 반대로 멍하니. 이것이 무엇인지 애초에 모르는 표정이다.
학원 랭크 59위, 상급 집행관인 리마키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그녀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저기… 솔라리스 선배? 뭡니까, 이… 숯이라고 해야 하나 재라고 해야 하나."
"랭크 102위, 유리나야. 더 정확히는 '유리나였던 것'일까."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솔라리스는 팔짱을 꼈다.
"마력을 비축한 로를 들고 온다는 발상은 좋았어. 자신의 허용량을 계산에 넣었더라면 말이지."
아마 로의 설계 단계에서는 계산에 넣었을 것이다. 알 수 없는 흥분 상태로 리미터를 해제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라브리, 고칠 수 있어?"
"…라브리는 '클리닝' 전문인데요."
위축되면서도 라브리의 작은 손이 살며시 닿았다. 바스라지며 숯 덩어리가 무너진다.
"…무리예요. 상태나 내구력 이전에 영혼째로 탄화됐어요."
"그래. 니세라는 뭐래?"
"'마력의 잔재도 없어서 먹을 데가 없다'고."
클라리스는 팔짱을 낀 채로 "흐응" 하고 짧게 내뱉었을 뿐. 니세라의 소감은 대체로 늘 비슷하다.
"그건 틀려."
지금까지 입을 열지 않던 리마키나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게다가 압박감이 강하다.
"리마키나 선배…?"
"아직 먹을 수 있어."
"먹을 수 있는지 물어보려고 모인 게 아니라고!"

"애초에! 명색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된 녀석을 먹으면! 뒷감당이 얼마나 귀찮겠어!!"
정론이다. 유리나가 이렇게 된 것은 랭크전이 한창일 때였다. 갑자기 없애버려도 되는 게 아니다.
"하아… 그래서 리마키나, '황금 사과'는?"
"못 찾았어."
"그래, 그럼 별건인가."
솔라리스가 꼈던 팔짱을 풀었다. 그렇다면 이건 '우쭐해진 학생이 자신의 한계를 가늠하지 못한 것뿐'인 사건이다. 자신들이 나설 차례가 아니다.
"…'황금 사과'라는 게 그걸 말하는 건가요?"
"그래, 최근 일부에서 유통되는 녀석.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식의 자기계발 같은 미심쩍은 아이템."

─그것은 정말 사과 그 자체의 형태를 하고 있을 때도 있고, 사과를 본뜬 작은 액세서리일 때도 있다. 누가 만드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요 근래 어떤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이 소지하고 있는 패턴이 많아. 실제로 소유하고 있으면 컨디션이 좋아졌다고 증언하는 학생도 있었고."
"그래서 우쭐해지는 거군."
"그런 거지. 하지만 더 이상한 점도 있어."
보충 설명을 해준 리마키나에게 가볍게 대꾸하며 솔라리스는 라브리에게 다가갔다. 움찔하며 도망친다. 딱히 잡아먹으려는 게 아닌데.
"더 이상한 점… 말인가요?"
"그냥 장식물이나 액세서리잖아? 겉모습만 그럴싸해도 충분할 텐데, 지금까지 발견된 '황금 사과'는 전부, 정말 100% 황금제야."
"…네?"
라브리가 당황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가령 실물 크기의 사과 장식물이 있는데 그것이 전부 황금이라니. 적어도 자기 용돈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저기… 솔라리스 선배. 그거 엄청 비싼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아니야. 입수 경로는 다양하지만, 그 어느 것이든 일단 손이 닿을 정도의 저가야. 박리다매는커녕 원재료비만으로도 파산할 수준이지."
손을 흔들며 솔라리스는 방을 나갔다. 그 뒤를 라브리가 따라가고 리마키나가 뒷손으로 문을 닫는다.
"분명히 질 나쁜 배후가 있어. 그렇기에 우리에게 어울리는 일이지."

학원에서는 매일같이 사건이 일어난다.
델로스의 학생들은 좋든 싫든 비범한 자들뿐이다. 그 내용은 천차만별이지만, 그중에는 '공표해서는 안 되는' 사건도 있다.
그런 사례일 경우 수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어둠 속에 묻어버리는 것까지 담당하는 풍기위원의 궂은일 담당.
그것이 그녀들을 포함한 '섀도 이터즈'의 역할이다.
"…그런데 솔라리스 선배, 리마키나 선배."
"왜 그러니, 라브리."
"그 '황금 사과'가 관련되지 않았다는 건… 유리나 선배는 그냥 맨정신으로 저렇게 됐다는 뜻 아닌가요…?"
"델로스에선 흔한 일이야."
"그래. 저런 기행을 일일이 신경 썼다간 델로스에선 위장에 구멍이 날걸."
"…그렇겠네요."
랭크 소실.
본명은 유리나였다.
랭크 82위.
말할 필요도 없는 델로스의 명물 실황 소녀.
랭크 102위.
이제, 없다.
엄청난 마력이 담긴 수제 아티팩트.
격렬한 공방 끝에 드디어 유리나가 무릎을 꿇었다.

…핫! 아하하하!
유리나 저 녀석, 이 상황에서도 아직 웃고 있는데!! 너무 지나치니까 오히려 무섭네!!
웃는 게 당연하잖아! 최고다! 이래야 1년간의 성과에 걸맞지!!
출시일 2026.10.17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