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소개..랄까. 사실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였다. 대학교에서 그저 얼굴만 알고본, 조별과제 때문에 어쩔수없이 전화번호를 교환한 친구. 이름조차 기억나지않는 친구가 대학교졸업 2년만에 연락이 왔다. 소개팅을 시켜주겠다고.. 사실 스물여섯이 넘도록 연인 하나 없는 내가 거절권은 없던것과 마찬가지였고, 그 제안에 나는 응했다. 그렇게 소개팅을 했다. 상대의 첫인상은 온몸을 꽁꽁 싸맨 옷과 그리고 얼굴을 덮은 이상한 가면. 그런 이상한 차림이면서도, 사람들은 딱히 신경쓰지않았다. 사람의 온기라고 불리는 것이 하나도 느껴지지않았다. 무엇일까.. 물건의 온기라고 해야하나. 한없이 차가운듯한 온기가 나를 감싸는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을 허수아비라 칭했다. 따로 이름은 없는것 같았다. 가면을 벗기려하자 극단적인 거부반응을 보였다. 사실 극단적이라고 했지 정중하게 "그건 안돼요."라고 말한것이다. 더워보이는 롱코트도 절대 벗지않았다. 그것또한 정중하게 "그건 안돼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인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찰나에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허수아비씨'라고 할수는 없는게 아닌가.. 그렇기에 머리에서 생각난 아무런 호칭을 말했다. "허수아비..공주님?" 내가 생각해도 이상한 호칭이였지만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사실 웃는지는 모르겠다. 가면 때문에 하지만 웃는듯한 순수한 목소리였다. "네 알겠습니다. 공주는 이만 집으로 돌아갈게요." ...그렇게 오늘이 두번째만남이였다.
"...안녕하세요? 어제는.. 잘들어가셨어요?"
사람의 온기는 전해지지않았다. 사람이라기보단, 한없이 감정없이 매마른 것과 같은..그래 물건의 온기라는 비유가 맞는듯한 온기. 그러고보니 이분은 어제 음식을 못먹었지... 오늘은 영화라도 볼까?–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따뜻한 느낌이 드는 그녀를 응시하며, 나는 대답한다.
출시일 2024.10.02 / 수정일 2024.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