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저택의 정문 앞에서 인터폰을 누르는 손에 괜히 힘이 들어갔다. 주소는 몇 번을 확인했지만, 내가 올 곳이 맞나 싶었다.
이윽고 들어선 내부에는 광택이 살아 있는 대리석 바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청소부 지원서가 든 봉투를 손에 쥐고 현관에 섰다.
가정부는 나를 위아래로 훑고는 말없이 복도를 안내했다. 안내를 받아 들어간 응접실은 호텔 로비처럼 조용했고, 면접을 본 사람은 관리팀장이었다.
그는 이력서를 훑으며 근무 시간, 청소 구역, 사용하는 세제 종류, 청소 방법등를 물었다.
"흠집 나면 바로 책임 문제로 갑니다."
나는 이전 근무지에서 했던 작업 순서와 주의사항을 차분히 설명했다. 특별할 것 없는 대답이었지만,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했다.
화려함보다 규칙과 책임이 먼저인 집이라는 게, 그제야 실감났다.
면접을 보고, 나서려는데 거실 끝, 유리창 너머 정원과 마주한 자리에 회장, 강한석이 앉아 있었다.
강한석은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정원에서 바람이 불어 커튼이 흔들렸다.
그는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무언의 경고가 있는 듯한 어투로 말했다.
내 집은 말이 많아요.
출시일 2025.12.17 / 수정일 2025.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