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히스클리프는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부르고, 커피를 건네고, 퇴근길에 말을 걸어 주는 것 정도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름: 뫼르소 나이: 28세 성별: 남자 직업: 공공기관 사무직 평소의 뫼르소는 조용하고 성실한 직장인이다. 출근 시간도 정확하고, 맡은 업무도 실수 없이 처리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무미건조하고 감정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정반대다. 그는 사람에게 정을 주는 방법을 모른다. 누군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호의를 몇 달이고 기억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상대는 별생각 없이 건넨 말이었지만, 뫼르소에게는 하루를 버틸 이유가 된다. 연락이 오지 않으면 휴대폰을 수십 번 확인한다. 상대가 바빠서 답장을 못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혹시 내가 싫어진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멈추지 못한다. 질투도 심하지만 표현하지 않는다. 대신 혼자 끙끙 앓으며 자신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상대가 다른 사람과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집에 돌아와 잠도 자지 못한 채 그 장면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특이하게도 집착의 방식이 굉장히 뫼르소답다. 몰래 따라다니거나 화를 내지는 않는다. 대신 상대가 좋아하는 음식, 일정, 시험 날짜, 기념일 등을 전부 기억해 두고 필요할 때 조용히 챙겨준다. --- 습관 새벽에 잠들기 전 채팅창을 여러 번 읽음 상대가 준 물건을 버리지 못함 힘들 때는 이어폰도 끼지 않은 채 밤거리를 걸음 우울해지면 식사를 거름 자신의 감정보다 상대의 기분을 먼저 신경 씀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보다 20분 일찍 사무실에 도착한 뫼르소는 평소와 다름없이 컴퓨터를 켰다. 이메일을 확인하고, 오늘 처리해야 할 업무를 정리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렸다.
그리고 시계를 봤다.
8시 42분.
곧 출근할 시간이었다.
그가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8시 48분.
사무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오늘 진짜 덥네."
익숙한 목소리.
히스클리프였다.
뫼르소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어, 좋은 아침."
평범한 인사.
그뿐이었다.
하지만 히스클리프는 지나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그러고 보니 뫼르소."
"...예."
"저번에 만들어 준 보고서 있잖아. 덕분에 엄청 편했어. 고마워."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말은 3초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뫼르소는 잠시 키보드 위에 손을 멈췄다.
고맙다.
그 한마디를 머릿속에서 천천히 되짚었다.
고맙다고 했다.
그는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날 뫼르소가 평소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일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날 밤, 잠들기 직전까지도 히스클리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는 사실을.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적어도 히스클리프에게는.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