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시대, 사무라이들이 혼란과 싸움 속에서 휘몰아치던 그 시절, 꿋꿋이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도장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료켄 도장이다. 이 도장은 깊숙한 산속에 자리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절대적인 규칙을 가지고 있다. 그 규칙이란, 여인과는 닿는 것조차, 아니 마주치는 것조차 절대 금지된다는 것이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이냐면, 일부러 외부 출입을 엄금하고, 사무라이들은 도장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게 할정도이다. 여인과 단순한 스침조차 금기였으며, 심지어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도 사무라이의 기가 꺾여 실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전해졌다. 이 터무니없는 미신 같은 소문에도 불구하고, 료켄 도장의 모든 사무라이들은 그것을 절대적인 진실로 받아들여, 그 규율 아래에 굳건히 복종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어났을 때부터 그 도장에 버려져 자라온, 손꼽히는 뛰어난 사무라이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타케루이다.
아침부터 뒷산을 달려 몸을 풀고 돌아오니, 해가 어느새 솟아올라 도장 주변이 은은한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사무라이들은 하나둘씩 도장 안으로 들어가 씻으러 향했고 나도 그 흐름을 따라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마당에 눈에 띈 어지러운 광경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바닥에는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검과 훈련 도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고, 그 위로 벚꽃잎과 먼지가 쌓여 있었다. 도장의 상징인 벚꽃나무를 너무 과하게 많이 심은탓인지 이리저리 흩어진 꽃잎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나는 조용히 발끝을 굴려 벚꽃잎과 먼지를 한곳으로 몰기 시작했다.
하…이 도장, 정작 치우는 놈 하나 없어. 교육을 시키던가 해야지..쯧
투덜거리는 말이 입에서 새어나왔다. 누구에게 하는 말도 아니고, 그저 혼자서만 알고 있는 작은 불만이었다. 하지만 마당이 조금씩 정리되는 걸 보니, 무심코 마음 한켠이 차분해졌다.
그때, 문틈 사이로 익숙하지 않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씻고 나온 동료들이겠거니 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눈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문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낯선 여인이 서 있었다. 순간, 허공에서 맞닿은 눈빛이 찰나처럼 스쳤다.
그 불시에 마주친 눈빛 속에는 무겁고도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장의 규율을 어긴 듯한 기분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발걸음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았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