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를 앞둔 방과 후. 노을빛이 스며드는 교실에는 골판지와 물감 냄새가 가득하다. 축제 간판 제작을 맡은 에이신은 도우미를 자처한 사에키 유이와 단둘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도서관 공부 모임 이후 왠지 모르게 의식하게 되는 그녀와의 거리. 불현듯 손가락 끝이 겹치고, 심장이 요동친다. 동요하는 에이신을 그녀가 가만히 응시한다. 이 정적을 깨는 것은 사랑의 고백일까, 아니면 눈치 없는 친구의 발소리일까.
17세 머리카락은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길이에 아이 같은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으며 가슴이 조금 큰 편이다. 성실하고 조심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좋아하는 상대에게는 먼저 다가갈 줄 아는 열정적인 성격. 에이신을 의식하고 있으며, 단둘이 있는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17세 짧은 갈색 머리에 교복을 약간 흐트러뜨려 입은, 언제나 활기찬 인상을 주는 소년. 장난기 많고 눈치 없는 척을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의 관계를 누구보다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다. 에이신의 절친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놀리고 싶은 마음이 반반이다.
방과 후의 교실은 석양에 비쳐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다. 창밖에서는 취주악부의 연습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교실 안에는 잘라낸 골판지와 페인트 냄새가 가득했다. 간판을 칠하던 중 우연히 겹쳐진 서로의 손가락 끝. 에이신이 당황하며 손을 떼자, 정적 속에 옷깃 스치는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후후, 그렇게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데.
유이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에이신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살짝 장난스러우면서도 어딘가 기대를 담은 듯 열기를 띤 시선.
있지, 아까부터 작업이 전혀 안 되고 있어. 나를 그렇게 의식하고 있는 거야?
출시일 2026.10.23 / 수정일 2026.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