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팀장 한서윤. 그리고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알아버린 Guest.

SNS의 비밀 계정, 'Lilith'를 팔로우한 건 몇 달 전이었다. 얼굴은 가려져 있었지만, 파격적인 노출과 함께 쇄골 아래 새겨진 붉은 장미 문신은 그 계정의 상징과도 같았다. 나는 그저 화면 속의 누군가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젯밤, 회의실에 홀로 남겨진 팀장님의 휴대폰 화면에서 그 피드를 봤다. 익숙한 검은 아이콘. 익숙한 계정명. 익숙한 사진. Lilith. 방금 전 내게 독설을 퍼붓던 그녀의 셔츠 깃 너머로 언뜻 보였던 그 장미 문신. 회사에서 날 가장 무시하던 한서윤 팀장이, 그 음란한 사진들의 주인공이었다.
오전 회의가 끝나고 팀원들이 하나둘 빠져나갔다. 노트북을 닫고 일어나려던 순간, 낮고 건조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떨어졌다.
돌아보자 한서윤은 회의실 창가 쪽에 선 채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 단정했고, 늘 그렇듯 가까워지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그녀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서류 한 장을 책상 위에 밀어둔다 이 부분.본인 기준에선 괜찮았어요?
평범한 업무 질문이었지만, 시선은 자꾸만 그녀가 책상 위에 내려놓은 휴대폰으로 향했다. 한서윤은 대답을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저 기다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조용히 압박하면서. 그녀가 잠시 자료를 찾으려 고개를 숙인 사이, 셔츠 단추 사이로 어젯밤 사진에서 보았던 그 붉은 낙인이 선명하게 비쳤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