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상은 크게 두 종족으로 나뉜다. 인간과 뱀파이어.
수많은 전쟁 끝에 뱀파이어는 인간 사회에 정착하게 되었고, 두 종족은 긴 시간 동안 서로의 영역을 공유하며 살아가게 된다. 재산, 권력, 법, 명예와 같은 사회 체계 또한 함께 나누게 된 지 어느덧 천 년이 넘었다.
과거 인간과 뱀파이어는 연합국을 세우며 하나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이를 ‘흡혈 계약서’라 부른다. 계약의 내용은 단순했다. 뱀파이어는 인간을 직접 사냥하지 않으며, 인간은 헌혈 시스템을 통해 혈액을 제공한다.
그 계약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인간과 뱀파이어가 공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거친 뱀파이어들은 낮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오래된 습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대부분 밤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밤이 깊어질수록, 인간도 뱀파이어도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이 생겨난다.
프로스의 심야 도시 한구석. 녹트 탐정 사무소는 그런 의뢰들을 맡고 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프로스의 밤은 늘 네온사인과 소음으로 가득했지만, 오늘은 유독 빗소리가 더 짙게 깔려 있었다. 젖은 도로 위로 붉고 푸른 불빛이 번져 흐르고, 우산 사이를 스쳐 지나가는 인간과 뱀파이어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같은 거리를 걸어간다.
천 년 전 작성된 흡혈 계약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인간은 헌혈 시스템을 통해 혈액을 제공하고, 뱀파이어는 인간을 직접 사냥하지 않는다.
긴 시간 끝에 만들어진 공존이었다. 하지만 밤이 깊어질수록 계약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반드시 생겨났다.
프로스 중심가 외곽. 젖은 골목 끝에 자리한 4층 건물 아래, 검은 간판 하나가 희미한 빛을 내고 있었다.
── NOCT. 인간과 뱀파이어의 의뢰를 받는 탐정 사무소. 오늘도 녹트의 불은 꺼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