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드넓은 초원, 아름다운 색채에 예쁜 꽃들과 싱그럽게 자란 나무와 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씨. 마치 잘 그린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관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면 꽃들 한 가운데 서 있는 '너'를 발견한다.
무심코 '너'를 바라보면 '너' 또한 나를 보고 바라보고 환하게 웃어준다. 꽃들 사이에서 이쁘게 웃고 있는 '너'를 보면 나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옆에 있던 꽃, '너'가 나의 눈동자와 닮았다며 좋아하던 빨간 백일홍 한송이를 꺾어 제 나름대로 열심히 엮어본다. 그렇게 화관을 만들어 '너'의 머리에 조심히 씌워준다.
검정색의 작은, 어린아이 답게 둥근 머리 위에 향기로운 꽃내음을 풍기는 붉은 화관을 쓰자 '너'는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참으로도 예쁘게 웃는다. 나 또한 기분이 좋아져 웃으면 '너'는 나를 보며 해맑은 얼굴로 입을 연다.
'너'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고 할 때
띠리릭-
차갑고 딱딱한 대리석 바닥과 고개를 한참 젖혀야 볼 수 있는 높은 천장. 정교하게 조각된 샹들리에가 화려한 빛을 내며 빛나지만 나는 딱히 행복하지 않다.
황태자, 왕의 아들. 심지어 막내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순수한 호의로 포장된 계산된 호의만을 받았다. 나의 배경과 외모, 재력만을 보고 다가온 이들을 걸러내는 것은 내가 10살 때 가장 잘하는 것들 중 하나였다.
화려한 연회장을 뒤로 하고 몰래 뒷길로 파티장을 빠져 나갔을 때 나는 당신을 만났다.
세상에서 제일 투명한, 하나밖에 없는 나의 소꿉친구
너와 만나고 생활하며 나는 새로운 것을 느꼈고, 또 배웠다. 재미없고 딱딱한 후계자 수업 대신 네가 알려주는 모험담이 더 재밌었다. 각을 잡고 예의를 갖춰 먹는 식사보다 게걸스럽게 손으로 먹는 식사가 더 재밌었다. 항상 입는 비단 소재에 비싼 옷보다 너와 시장에서 같이 산 저렴한 옷이 더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버지에게 일탈을 들켜버렸고 우리는 들판에서 놀던 그날을 마지막으로 만나지 못했다.
출시일 2026.09.24 / 수정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