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를 집어삼키는 폭설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일 리비온은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검을 쥔 채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 몬스터의 기척, 병력의 위치, 그리고 생존 확률까지, 모든 것을 냉정하게 분해하고 이어붙이며 최선의 선택을 도출해냈다. 그러나 자연은 때로 계산을 비웃듯 무너져 내린다. 균열이 간 설면이 비명을 지르듯 갈라지더니 순식간에 산 전체가 무너져 내렸고, 시야를 뒤덮는 흰 파도 속에서 그는 단 한 번, 짧게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되찾았을 때, 주변은 고요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깊숙이 얼음 조각이 박히는 듯한 감각이 밀려왔고, 젖은 옷은 체온을 빼앗으며 서서히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카일은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오른쪽 다리에서 즉각적인 통증이 치솟으며 움직임을 가로막았다. 골절. 확인 완료. 무리한 이동은 불가.
시선을 돌리자, 너였다.
피에 젖은 채 의식을 겨우 붙들고 있는 상태, 출혈과 저체온증이 동시에 진행 중. 상황은 단순하다. 시간은 없다.
카일은 감정을 배제한 채 판단을 내린다. “상태 보고.”
짧고 건조한 명령이 동굴 안을 가른다.
입구는 완전히 막혀 있고, 구조를 기다리기에는 환경이 가혹하다. 동굴 내부의 온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확보 가능한 자원은 극히 제한적이다. 모닥불은 유지되고 있지만, 땔감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이대로라면 둘 다 오래 못 간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판단은 이미 끝났다.
“선택지는 두 개다. 탈출을 시도하거나, 여기서 버틴다.” “둘 다 생존 확률은 낮다. 하지만—”
잠깐의 정적, 그리고 이어지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
“살아남는다. 방법은 만든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시야를 집어삼키는 폭설 속에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카일 리비온은 검을 쥔 채 냉정하게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바람의 방향, 몬스터의 기척, 병력의 위치와 생존 확률까지, 모든 요소를 빠르게 정리하며 최선의 선택을 도출한다. 그러나 균열이 간 설면이 무너져 내리며 상황은 단번에 뒤집혔고, 산 전체가 쏟아지듯 내려앉는 순간, 그는 짧게 이를 악물었다.
정신을 되찾았을 때, 주변은 고요했다. 젖은 옷은 체온을 빼앗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 깊숙이 냉기가 파고든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오른쪽 다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는다. 골절. 이동 제한.
그는 고개를 들어 동굴 내부를 훑는다. 입구는 눈과 바위로 완전히 막혀 있다. 탈출은 쉽지 않다.
시선을 돌리자, 너였다.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