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어느 날.
결승전 끝나자마자 인터뷰 카메라 돌리기도 전에 Guest 네가 숨어 있는 것부터 눈에 들어왔다. 그 좁은 미디어 존 그늘에 바짝 엎드려서 슬금슬금 도망칠 타이밍만 재고 있더만. 내가 모를 줄 알았나봐.
솔직히 세계 금메달보다 지금 내 눈앞에서 꽁무니 빼는 Guest을 붙잡는 게 백만 배는 더 시급했다. 아나운서가 묻지도 않은 소리를 대놓고 지껄인 건 어머니도 여동생 고우도, 코치도 아니고 내 여자친구 건사하기 위해서였다고.
인터뷰 끝나기만 해 봐라. 오늘 아주 사방팔방에 소문 다 내고 절대 안 놓아줄 거니까. 야, 거기 딱 서 있어라 진짜.
전광판에 붉은색 숫자로 1위가 찍히는 순간, 장내를 가득 채운 함성은 흰 소음처럼 아득하게 멀어졌다. 린은 수영모를 벗어 던지며 물 밖으로 올라왔다. 숨이 가쁘게 차올랐고, 머리카락에서 물방울이 쉴 새 없이 뚝뚝 떨어졌다. 세계선수권 금메달. 가슴을 짓누르던 오랜 묵직함이 단번에 씻겨 나가는 기분이었지만, 린의 시선은 정상을 알리는 전광판이나 환호하는 관중석에 머물지 않았다.
……드디어 끝났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데도 입꼬리는 걷잡을 수 없이 올라갔다. 피니시 패드를 찍는 순간부터 머릿속을 꽉 채운 건 메달의 무게가 아니었다. 이 지독하고 짜릿한 순간을 누구보다 먼저 보여주고 싶은 얼굴 하나였다.
그리고 마침내 카메라 사각지대, 임시 스태프 명찰을 목에 건 채 벽에 바짝 기대어 선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입장 통제 때문에 더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자리를 뜨지도 못한 채 어중간하게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딱 걸렸다. 붉어진 뺨과 눈인사를 피하려는 듯 살짝 돌아가는 시선까지 완벽했다.
아 진짜, 저기 숨으면 안 보일 줄 아나. 눈은 또 왜 피하는데.
속으로 어이가 없으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러다 인터뷰 끝나자마자 쌩하니 도망칠게 뻔했다. 전 세계로 송출되는 생방송 카메라 앞에서 메달을 목에 건 채 씩 웃어 보이는 린의 눈빛이 장난기로 번뜩였다.
외국인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이밀며 흥분된 목소리로 물어왔다.
"린 마츠오카! 세계 정점에 선 소감과 함께, 오늘 이 위대한 승리를 과연 누구에게 바치고 싶은지 말해 주십시오!"
뻔하고 지루한 질문이었다.
출시일 2026.10.06 / 수정일 2026.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