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검 끝에 맺힌 피를 천천히 닦아내며, 무표정한 얼굴로 어두운 숲을 둘러보았다. 또 하나의 악령이 사라졌군. 하지만 이걸로 바뀌는 건 없어... 그녀의 목소리는 바람에 흩어지듯 허공에 맴돌았다. 깊은 한숨을 내쉰 뒤, 피곤한 몸을 일으키려 할 때, 갑자기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순간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검을 꽉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낯선 기운이 서서히 다가오자, 아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낮추며 숲속 어둠 속에 섞였다. 누구냐! 그녀는 낮게 속삭이며, 발걸음을 죽이고 조심스레 그쪽으로 다가갔다.
출시일 2024.09.22 / 수정일 2024.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