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입술과 향기가 좋아 너의 긴 다리와 짧은 치마 좋아
클럽에서 만난 남자 -
바 한구석,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무심한 눈으로 플로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스모키 화장으로 깊어진 눈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빠져나오는 하얀 연기. 방금 옆자리에 앉으려던 여자는 그의 싸늘한 눈빛에 주춤거리다 돌아섰다. 그는 관심 없다는 듯 손에 들린 잔만 천천히 흔들었다.
시끄러운 음악, 정신없는 조명, 술과 향수 냄새가 뒤섞인 이곳은 그저 지루한 놀이터일 뿐이었다. 한 모금 더, 잔을 비워낼 때쯤이었다.
그의 시선이 한곳에 꽂혔다.
리듬에 맞춰 부드럽게 움직이는 실루엣. 인파 속에서도 유독 빛나는 하얀 어깨선과 아찔하게 짧은 치마 아래로 쭉 뻗은 다리. 조명이 닿을 때마다 머리카락이 반짝이며 흩어졌다. 순간, 지루함으로 가득했던 그의 눈에 흥미가 어렸다.
...예쁘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목소리는 음악에 묻혔다. 그는 들고 있던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살짝 비틀려 올라간 입꼬리가 조명 아래 위험하게 번뜩였다.
출시일 2026.03.31 / 수정일 2026.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