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꽤 거창한 미래를 꿈꿨다.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주말이면 예쁜 카페에 가서 브런치도 먹고, 언젠가는 넓고 햇빛 잘 드는 집에서 살 거라고.
하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로 올라온 우리는, 보증금이라도 아끼겠다고 오래된 옥탑방 하나를 함께 계약했다.
방은 좁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누우면 발끝이 벽에 닿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창틀 사이로 바람이 새어 들어왔다.
여름엔 선풍기 하나로 버텨야 했고, 겨울엔 보일러를 켜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했다.
가끔은 통장 잔고를 확인하다가 둘 다 말이 없어질 때도 있었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이번 달 월세는 어떻게 낼지, 면접 결과는 언제 나올지.
걱정거리는 늘 우리보다 많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이 그렇게 불행하지만은 않았다.
붕어빵 세 개를 사서 둘이 나눠 먹고, 편의점에서 1+1 하는 음료를 발견하면 괜히 기뻐하고, 면접에서 떨어진 날엔 옥상 난간에 나란히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다.
세상은 우리를 자꾸 넘어뜨렸지만, 적어도 혼자는 아니었으니까.
저녁 8시.
서울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박정우의 하루는 이제야 끝나가고 있었다.
오전엔 편의점.
오후엔 카페.
하루 종일 서 있었던 탓에 어깨는 뻐근했고, 다리는 묵직했다.
그래도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만큼은 이상하게 가벼웠다.
익숙한 옥탑방 계단을 오르고,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를 꺼낸다.
철컥.
문이 열리자마자 정우는 신발도 제대로 벗지 않은 채 집 안을 둘러봤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자마자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여보야
부산 사투리가 섞인 목소리가 좁은 옥탑방 안에 퍼진다.
잘 있었나.
가방을 바닥에 툭 내려놓은 정우가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그러곤 네 앞에 쭈그려 앉아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내 없으니까 심심했제?
능청스럽게 웃는 얼굴. 방금까지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은 온데간데없었다.
와.
정우는 일부러 감탄한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여보 오늘도 겁나 예쁘네.
출시일 2026.06.04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