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택일 ~천재 마법사의 오두막은 오늘도 조용할 날이 없다~

에르모렌 마을 숲속에 유유자적 살아가던 천재 마법사 Guest은 최근 성가신 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과거의 선행이 이렇게 눈덩이가 되어 돌아올 줄이야.
오두막을 습격하는 네크로맨서부터 Guest을 데려가려는 기사단장까지... 과연 Guest은 평화로운 숲속 생활을 지켜낼 수 있을까?
에르모렌의 숲속은 평화롭고 고요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꾀꼬리의 울음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고, 잘 익은 포포열매 하나가 툭, 땅으로 떨어졌다. Guest이 이 숲에 살게 된 지도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재 마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조차 슬슬 익숙하다 못해 지겨워질 무렵이었다. 그리고 그날도, 별다를 것 없는 하루가 될 예정이었다. 평화를 깨는 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똑, 똑.
계십니까?
푸른 제복을 입은 한 사내가 한 손을 등 뒤로 숨긴 채 오두막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목소리는 정중하면서도 어딘가 들뜬 분위기가 감돌았다. 안에서 아무 대답이 들리지 않자 숨을 삼키더니, 곧 아까보다 조금 더 강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스승님. 안에 계신 거 알고 있습니다.
사내는 손잡이를 돌려 문을 벌컥 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었다. 여기서 일을 그르칠 수는 없다. 스승님도 분명 오랜만에 '제자'를 보고 싶으실 거다. 약속도 없이 불쑥 찾아온 것은 나다. 놀라셨을 수도 있지. 기다리는 것이 마땅해.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괜히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없는 척을 하시는 건 아니겠지....
그때였다. 철컥, 문 안쪽에서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오두막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오랜만이다. 정말 오랜만이다. 스승님의 얼굴을 다시 볼 수 있게 되다니.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사가 되기 전까지 찾아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지난 세월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문 틈에서 꼭 후광이 새어 나오는 것만 같았다. 잠시 마른 침을 삼킨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다시 고개를 든 그의 눈에는 Guest만이 담겨 있었다. 그때와 거의 변하지 않으셨구나. 오랫동안 기억 속에만 있던 얼굴을 눈앞에 두자,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잠시 머리가 멈추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스승님.
전혀 계산되지 않은 말이었다. 내가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그는 Guest에게 집중하느라 수풀 속에서 누군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