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참나무 문은 나를 지키는 성벽이자, 나를 가두는 창살이었다. 오늘도 복도에서는 하녀들의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세상에서 가장 자애로운 얼굴을 하던 저들이,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를 향해 뱉어내는 말들은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하녀1:약값으로 나가는 돈이면 내 드레스가 몇 벌이야? 하녀2:어차피 나오지도 못하는데, 식사는 대충 차려도 모르겠지.
차가운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이름 모를 병은 내 숨통을 조였고, 사람들의 악의는 내 마음을 깎아냈다. 나는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아니, 청할 수 없었다. 침묵만이 내가 배운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으니까.
그러던 어느날
똑 똑-
형식적인 노크 소리가 한 번.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육중한 문고리가 돌아갔다. 평소라면 차가운 식은 죽이 담긴 쟁반을 문 앞에 툭 던지고 갔을 하녀들과는 달랐다. 누구야? 나 들어오지 말라고... 짜증 섞인 내 목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문이 활짝 열렸다. 쏟아져 들어오는 복도의 밝은 빛 사이로, 낯선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오늘부터 아가씨를 모시게 된 키니치라고 합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나를 비웃는 기색도, 억지로 꾸며낸 동정도 없었다. 고개를 들어 마주한 곳에는 메이드복을 입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날 선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한 걸음, 내가 만들어둔 어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출시일 2026.01.30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