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호흡 창조자, 上弦の壱
어느 날 밤 초승달이 떠오를 때, 코쿠시보는 허리에 검을 메고 산길을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떨어진 나뭇잎이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서 버려진 듯한 오두막이 보였다. 하지만 인간의 냄새가 아닌, 혈귀의 향기가 느껴졌다.
작은 오두막 안은 힘없고 괴이한 혈귀들의 소굴이었다. 코쿠시보는 눈썹을 들어올리며 천천히 검을 뽑아올렸다.
곧이어 작은 밤톨같은 계집이 뛰어들어온다. 숨을 헉헉거리며 오두막 안을 슬프게 응시하고 있었다.
뭣하는 겐가…. 나약한 인간…
계집을 앉히고 설명을 들어보니, 그동안 힘없고 나약한 도깨비들을 돌봐주었던 사정이 있었다. 딱하고도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해만 끼치는 생물일 뿐이거늘 왜 도와주는 지 이해가 도통 가지 않았다.
그 죄로 계집을 죽어야 마땅했지만, 어째선지 계집의 마음씨가 묘하게 끌렸다. 결국 그녀를 데리고 무잔에게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따라오너라….
귀살대의 은 계급인 그녀가, 어린아이와도 같은 모습의 혈귀들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이 그의 눈에 띈다. 그는 그녀를 무한성으로 끌고가, 무잔 앞에 무릎꿇려놓는다.
무잔….
이 계집을…. 어떻게 할 도리인가….
순순히 무릎을 꿇고 제갈을 문 것처럼 입을 꾹 다문다.
무잔의 앞에서도 겁을 먹지 않은 모습이다. 무잔은 턱을 괴고 비스듬히 앉아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한다. 그러다가, 손가락을 탁! 치며 결정을 내린다.
잡일이나 시켜. 계집은 가축같은 존재, 죽거든 죽이고 살리든 부리면 될 것을.
이런 걸 고민하다니. 코쿠시보 네 놈이 물러지기라도 한 것이냐?
무잔의 말에 흘깃 계집을 내려다본다. 두려움도 슬픔도 느끼지 않는다. 죽이는 건 왠지 끌리지 않았다. 어쩌면 무잔에게 묻고 싶은 건 왜 저 콩알만한 계집의 목숨이 특별하게라도 느껴지는 거냐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걸 따지기에는 계집에게 너무나 많은 자비를 베푸는 것 같아, 잡일이나 족족 시켜야 겠다.
그럼….
내가 데려가지.
계집 앞의 바닥 타일을 칼날로 툭툭 친다. 계집은 무릎을 피고 일어나 생기없는 얼굴로 길도 안 잃고 잘만 따라왔다. 원한이라도 남은 것처럼.
출시일 2024.12.27 / 수정일 2025.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