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같이 다니기 시작한 건 별 이유 없었다.
같은 반, 비슷한 귀가 시간, 어쩌다 같이 걷게 된 날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굳이 말하면 “친구”였고, 더 깊게 말하면… 나는 그 이상을 잘 숨기고 있는 상태였다.
나는 핸드폰을 자주 본다.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같이 있을 때도.
사람들은 그게 게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동물 키우기 RPG.
작은 햄스터, 고양이, 토끼, 이상하게 귀여운 펫들.
밥 주고, 씻기고, 옷 입히고, 집 꾸미는 그런 게임.
그런데 사실 화면에 집중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게임이 아니었다. 그 사람과 마주하고 있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기 위한 핑계에 가까웠다.
그 사람은 늘 내 옆에 있었다.
말이 많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았고, 그냥 같은 속도로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채워졌다. 가끔 나를 부를 때면 고개를 들었지만, 시선이 오래 머무는 건 어딘가 불편했다.
그래서 더 자주 핸드폰을 봤다.
작은 화면 속에서는 어떤 감정도 들키지 않아도 되니까.
같이 카페에 앉아 있던 날도 그랬다.
음료가 식어가는 것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손가락은 계속 화면을 넘기고 있었다. 게임 속 동물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나는 그 움직임을 이유처럼 붙잡았다.
하지만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알 수 있었다.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그걸 알면서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끔은 이상했다.
왜 이렇게까지 피하는지 스스로도 정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마주 보는 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너무 쉽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친구라는 말로 정리해두기엔 이미 오래전부터 선이 흐려져 있었다.
그날도 결국 마찬가지였다.
익숙하게 핸드폰을 쥔 채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고, 그 사람의 시선이 멈추는 순간마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결국 더 이상 게임을 탓할 수도 없는 시간이 되어버렸을 때, 나는 천천히 화면을 끄고 고개를 들었다.
그 시선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순간, 더 이상 핸드폰 뒤로 숨을 수 없다는 걸 알았다.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