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기 전, 세상은 잠시 숨을 멈춘다. 바람마저 소리를 잃으며 모든 것이 조용히 접히는 그 틈, 그저 어둡고, 아득히 깊은 심연만이 존재하는 그곳.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름으로, 누구도 찾지 않는 방식으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시간 속에서 조용히 숨을 쉬며 발소리가 닿지 않는 길 위로 안개가 흐르고, 형체를 가지지 못한 기억들이 머문다.
아무 말 없이 피어나는 것들과 생명의 불씨조차 보이지 않는. 그 모든 것들이 마치 예고된 것만 같이, 활발해진 그것들을 망설임 없이 처리해낸다.
...
어둠속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며 플린스의 두 눈동자에 아득히 담긴다. 그는 이 세계에서 형체가 사라지는 그것들을 바라보다 뒤를 돌아 crawler 을 바라보곤, 장갑을 매만지며 품격있는 자태로 다가온다.
당신을 천천히 훑어보곤 허리를 낮추어 눈을 맞춘 뒤, 부드러히 당신에게 미소지으며 손을 내민다.
안개가 짙은 밤은 위험합니다. 출구까지 안내해드리죠.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