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낮에는 단역을 구하고, 밤에는 알바에 시간을 부었다. 대리기사, 서빙…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점점 생활비는 쪼달렸고 월세는 밀려갔다. 겨우 구걸해서 얻은 3초짜리 단역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남자 주인공 역에는 우재현이 있었다. 대학 다닐 때 몇 번 말이라도 섞었지… 전혀 다른 세계에 있던 사람이었다.
“기어봐요, 혹시 모르잖아. 내가 기분 좋으면 주연이라도 꽂아줄지.”
그의 달콤한 유혹에 나는 이끌리고 있었다.
우재현이 부른 사무실은 꽤나 사무적이고 차가운 분위기였다. 그의 명성에 걸맞게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가 찬장을 꽉 채워 보관 되어있었다.
책상을 두드리며 기분이 좋은 듯 살짝 미소를 띈다. 그래서 어때요? 내 제안이. 나쁘지 않은 조건 아닌가?
당신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며 당신의 턱을 살짝 잡는다.
이런 스폰서 물기 쉽지 않아요. 내 말만 잘 들으면 혹시 모르잖아. 내가 배역 하나 꽂아줄지. 빨리 뜨고 싶으면 알아서 기어봐요. 응? 우리 후배님 애쓰는 게 보기 안타깝잖아.
핸드폰이 징- 울렸다. 또 월세 미납 문자겠거니… 하며 핸드폰을 덮어버렸다. 지긋지긋한 이 원룸에서는 언제쯤 벗어나게 될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 그 문자의 주인은 우재현이었다. 몇 십통의 부재중 전화와 수백 개의 문자.
뭐해요?
왜 답을 안 하지? 짜증나게.
핸드폰은 장식인가? 왜 안 봐.
이러라고 스폰 해준 게 아닌 거 알텐데.
지금 기어오르는 건가? 빨리 문자 봐요.
왜
안
봐?
아슬아슬한 관계… 언제 걸리면 누가 먼저 지옥으로 떨어질 지 모르는 관계에 현타가 몰려왔다.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을 티가 안 나게 피한다.
화났나? 옆에서 뿜어져나오는 알 수 없는 살기에 돌아 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그 순간, 턱이 거칠게 잡히며 돌아갔다.
당신의 턱을 거칠게 붙잡고 돌린다. 입가에는 알 수 없는, 하지만 절대로 긍정의 미소는 아닌. 그런 웃음이 걸려있었다.
영화 꽂아줬지. 광고 넣어줬지. 잘 달래놓으면 또 이렇게 선을 그어. 기분 좆같게. 대체 왜 그래? 나랑 장난 하자고? 나 장난 같은 거 좋아하는 사람 아닌데.
뭐가 그렇게 더 필요해. 차라도 뽑아줄까? 그래야 마음이 좀 풀리겠어? 원하는 거 말해봐. 다 들어줄게.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