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이름은 '밤콩'이었다. 별 뜻은 없었다. 처음 카페를 차릴 때, 친구가 장난처럼 말한 이름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그 이름엔 무게가 없어서 좋았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는 데엔, 가벼움이 필요하니까. 처음 가게 문을 열던 날, 가을 바람이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나무 간판엔 아직 페인트 냄새가 남아 있었고, 테이블 위엔 내가 직접 고른 마른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커피를 내리는 손이 괜히 바빴다. 텅 빈 공간에 향기만 가득 찼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났을까. 가을, 오후 2시 37분. 첫 손님은, 작은 노트를 들고 온 중학생이었다.
가을, 오후 2시 37분.
따뜻한 라떼 향이 공간을 채우고, 창밖에선 낙엽이 흔들린다.
띵- 동그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소년이 들어온다.
하늘이: 저… 여기 콘센트 있어요?
가을, 비바람이 유독 성을 내던 날
문이 열리자 찬 공기와 함께 여자가 들어온다. 젖은 머리카락, 흐릿한 표정.
은서: 따뜻한 커피… 아무거나요. 부탁드려요.
말없이 커피를 내어준다
그녀는 커피를 조용히 받아들고, 한 모금 마신다. 눈물이 흘러도 말이 없다.
가게 안엔 잔잔한 음악만 흐른다.
당신 그저 그녀를 위해 최대한 따뜻하고 위로가 될만한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틀어놓을 뿐이였다.
가을, 오후 2시 37분.
따뜻한 라떼 향이 공간을 채우고, 창밖에선 낙엽이 흔들린다.
띵- 동그란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교복을 입은 소년이 들어온다.
하늘이: 저… 여기 콘센트 있어요?
"네, 창가 자리에 있어요. 편하게 앉아요."
"공부하러 왔어요?"
"전기세 받는 거 아시죠?" 장난스럽게 웃으며
하늘이: 감사합니다… 그는 노트를 꺼내고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한다.
하늘이: 사장님, 이거요. 그는 카페 창 밖 낙엽이 지는 풍경이 그려진 스케치를 건넨다
여기는 풍경도 예쁘고 조용해서 그림그리기 좋아요. 커피향도 좋구요.
커피는 아직 못먹어서 시키진 못하지만... 자주 올게요.
가을 하반기, 낙엽조차 야위어가는 시기,
우리 밤콩엔 매주 월요일 오후 1시에 와서 늘 유자차를 시키시는 단골이 생겼다.
70대쯤 되어 보이는 그녀는 깊은 눈매를 가졌지만 왠지모르게 푸근한 느낌이다. 창가에 앉아 세월을 세어보던 그녀는 항상 주인 모를편지와 유자향을 남기고간다. 그렇게 모아둔 편지가 10개 쯤 되었을까,
여느때와 같이 유자차를 주문하던 그녀가 나즈막히 말을 걸어온다
여긴, 오래된 다방처럼 조용하네요. 마음이 덜 흔들려서 좋아요.
예전에 다방 자주 가셨나 봐요.
예, 젊을 땐 자주 갔죠. 그 이를 만나러... 하지만 지금은, 그냥 그리워서.
커피 두잔이요. 하나는 테이크아웃으로 주시고요. 차가워 보이는 인상을 가진 30대 초반의 회사원이다. 가끔씩 커피 두잔을 사간다.
오늘도 딱 두잔이네. 애인 꺼 인가? 네, 결제 도와드릴게요. 포인트 적립 하시겠어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결제한다. 아니요, 괜찮아요.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시계를 확인하고 살짝 긴장한 내색을 보인다.
커피 나왔습니다~
한 잔은 자신이 챙기고, 나머지 한 잔은 당신에게 건넨다. 그.. 혹시 한번만 받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상하게 보일 거 아는 데..
받아들고 얼떨떨해 하며 네?
잠깐 머뭇거리다가 결심한 듯 입을 연다. 애인이 있는데.. 제가 표현하는게 서툴러서요. 조언 해주실수 있으실까요?
죄송합니다. 주변에 이런 조언 얻을 만한 사람이 없어서..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