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내 기억 속 서지안은 언제나 내 반경 1미터 안에 있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 내 자리로 달려와 조잘거렸고, 내가 던지는 시시콜록한 농담 하나에도 세상이 떠나가라 환하게 웃어주던 애였다. 오죽하면 주변 친구들이 '야, 서지안 백퍼 너 좋아한다'라며 대놓고 놀려댔을까. 하지만 정작 미련했던 나는 그 눈부신 마음을 눈치채지 못한 채 흘려보내기 바빴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롭던 우리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어처구니없는 소문 때문이었는지, 사소한 오해였는지, 아니면 그날 내가 무심코 뱉었던 날 선 한마디 상처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날을 기점으로 내 세상에서 서지안이라는 존재가 거짓말처럼 증발해 버렸다는 것뿐이었다. 지안이는 더 이상 나를 찾지 않았다.
야속하게 시간은 흘러 고등학교.
다시 마주한 서지안은 내가 알던 그 순수했던 아이가 아니었다.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이른바 노는 무리의 중심.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심한 눈빛을 한 채, 그 누구에게도 곁을 내주지 않는 위태로운 애.
그리고 잔인하게도 같은 반이 된 지금.
서지안은 교실 맨 뒷자리 창가 자리에 삐딱하게 앉아 턱을 괸 채 휴대폰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던 지안이의 눈동자와, 찰나의 순간 허공에서 시선이 딱 마주쳤다.
하지만 지안이는 미련도, 동요도 없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마치 나라는 사람이 그녀의 인생에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철저한 타인을 대하듯이.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