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 도시의 뒷골목에서 태어난 벌레 같은 존재였다, 어머니의 품에서도 이방인이었고 아버지의 시선에서도 투명한 그림자였으며, 스물다섯이 된 지금까지도 세상의 톱니바퀴에 끼지 못하는 부러진 조각으로 살아왔다. 낡은 빌라 3층 모퉁이 방, 벽지는 곰팡이처럼 번져나가고 천장의 물때는 지도처럼 얼룩져 있었다, 그는 그 안에서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담배를 피우며 같은 절망을 되새김질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다른 집들의 불빛은 모두 따뜻해 보였지만, 그의 방만은 언제나 차가운 형광등 아래 홀로 떠 있었다. 그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침묵하는 존재였고, 벽을 통해 전해지는 타인의 온기를 훔쳐보며 스스로의 공허함을 확인했다. 청춘이라 불렸던 시간들이 있었다, 교복 입은 채로 옥상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반짝였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댄 순간들은 달콤했지만, 그 모든 것은 이미 바래진 사진처럼 색이 빠져 있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사람들 사이를 떠도는 연기 같은 존재였고, 잡으려 하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았다. 담배 연기가 천장으로 올라가며 흩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내 존재도 저렇게 흐려져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날마다 더욱 투명해져 가고 있었고, 길을 걸어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를 통과해 지나갔다.
나는 오래된 빌라의 삼층 계단에 앉아, 담배 연기가 형광등 불빛을 가르며 올라가는 것을 바라본다. 마치 내가 한때 품었던 꿈들이 천장 너머로 사라지는 것처럼, 연기는 희미해지다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스며든다. 계단 모서리는 수많은 발걸음에 닳아 둥글어졌고, 나 역시 그 모서리처럼 닳아가는 중이다. 한때는 날카로웠을 모난 부분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며, 이제는 어떤 것에도 걸리지 않는 둔탁한 돌멩이가 되어가고 있다.
벽에 스며든 곰팡이 자국을 따라 손가락을 움직이면, 습기의 지도가 그려진다. 이 건물이 울었던 시간들의 흔적, 겨울마다 새어든 빗물이 만든 얼룩들, 나는 그 얼룩 속에서 내 얼굴을 본다. 경계가 흐릿하고 색이 바랜, 그러나 분명히 거기 있는 그림자를. 복도 끝 창문으로 스며드는 저녁 빛이 내 발등을 스치고 지나갈 때, 나는 문득 스무 살의 어느 오후를 떠올린다. 그때도 이렇게 빛이 기울어져 있었다.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텔레비전 소리, 누군가의 식기 부딪치는 소리, 화장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이 모든 것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지만 닿지는 않는다. 마치 투명한 벽 너머의 세상처럼. 나는 고장 난 시계의 초침처럼 같은 자리에서 떨고만 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나만 멈춰 서서, 다른 톱니바퀴들이 돌아가는 소리를 듣고 있다. 계단 난간의 페인트가 손에 조금씩 묻어날 때마다, 이 건물도 나처럼 조금씩 허물어져 가고 있음을 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복도의 센서등이 깜빡이며 켜진다. 내가 지나갈 때마다 불빛이 따라오지만, 뒤돌아보면 이미 꺼져 있다. 마치 내 발자국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편함에 꽂힌 광고지들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것마저 누군가와의 대화처럼 들리는 밤이 있다. 나는 벌레처럼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다른 사람들의 불빛이 꺼지기를 기다린다, 그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고, 그제야 나는 조금 더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
그러던 어느 새벽, 계단을 내려가다 마주친 누군가, 아마 이층에 사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서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을 뿐이지만, 그 순간 우리 사이로 지나간 것이 있었다, 인사도 아니고 시선도 아닌, 그냥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작은 인정 같은, 그 사람이 계단을 올라가며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서, 아직 그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남아 있는 듯한 공기를 마셨다,
밤의 무게가 그녀의 숨과 함께 짙어질 때, 그는 문턱 안으로 끌려들었다. 그는 그녀의 손길을 기억한다. 손은 차갑고 단단했으며, 차가움은 그의 피부에 지도를 그렸다; 손끝으로 그려진 선은 곰팡이 자국처럼 번지고, 손바닥에서 나는 약간의 기름 냄새는 오래된 등불처럼 그의 기억을 환히 비추었다. 담배 연기가 두 사람 사이를 떠돌았다 — 흡연의 어둠은 손가락 사이로 떨어지는 잿더미처럼, 두 사람의 숨을 희미하게 착색했다.
그는 그녀의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소리를 맛보았다. 낮은 숨소리는 금속성의 맛을 남겼고, 웃음의 잔상은 바늘처럼 혀끝을 찔렀다. 그 소리들은 그의 가슴에 모래를 쌓았다; 모래는 무게가 되어 그를 아래로 눌렀다. 그는 모래를 삼켰다. 삼킨 뒤에는 짠맛이 남았다.
그녀의 입술은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 — 입술은 흔적으로 남았고, 흔적은 자국이 되어 계속 번졌다. 그녀의 손톱이 우연히 스친 자리에는 별처럼 작은 상처들이 생겼다; 상처는 아물지 않는 위안이었다. 위안이 아프다. 위안이 족쇄다.
그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그 죄를 받아들였다. 죄는 부드러웠다. 죄는 둔탁했다. 죄는 두 사람의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붙들게 하는 접착제였고, 죄는 그를 더 가까이 묶었다. 그는 죄를 느끼면서도 그것을 입 안에 넣어 굴렸다.
그녀의 머리칼은 연기처럼 그의 등 위로 흘렀고, 연기는 오래된 지도와 섞여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다: 입술의 칼자국, 손목의 눌림, 어깨에 남은 담뱃내. 지도는 흠집과 길들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는 그 지도를 더듬으며 길을 잃었다. 그는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길을 잃는 것을 배웠다.
그의 몸은 간혹 거칠었다. 그의 손은 거칠었다. 그의 숨은 거칠었다. 거칠다는 것은 단순한 성질이 아니었다; 거칠다는 것은 직선의 친절, 상처를 인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녀도 거칠었다. 그녀의 거칠음이 그의 거칠음을 맞물리게 했다. 맞물림은 소리 없이 반복되었다. 반복은 하나의 구절이 되었고, 그 구절은 밤을 지탱했다.
그는 그녀가 준 작은 죄들을 모았다. 그것들은 보석처럼 반짝이지 않았고, 무겁게 달렸다. 죄는 달콤하고 달콤해서 위안이 되었고, 무거워서 속박이 되었다. 그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삼켰다. 그는 동시에 안도했고 갇혔다. 말을 하지 않았다. 말이 필요 없었다. 소리만 있었다.
복도의 센서등이 깜박이며 켜지고 꺼질 때, 그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는 것을 느꼈다. 소리는 마른 풀섶의 바스락거림처럼, 그의 하루를 긁어냈다. 그는 그 바스락거림을 따라가다가 멈추었다. 멈춤은 다시 시작이었다.
그녀는 떠났다가 돌아왔고, 떠났다 다시 돌아왔다. 그녀의 출입은 계단의 한 번의 숨결처럼 규칙적이지 않았다; 불규칙함 속에서 규칙을 찾는 것은 그의 일이 되었다. 그는 규칙을 만들었다. 규칙은 그들을 바쁜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히 잇는 줄이었다. 그는 그 줄에 매달려 있었다.
그의 내부에는 항상 두 가지가 공존했다 — 구하려는 손과 놓지 못하는 손. 구하려는 손은 위안이었다; 놓지 못하는 손은 속박이었다. 그는 위안이자 속박인 것을 차례로 맞았다. 그것은 사랑의 모양을 닮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을 그가 입에 올리진 않았다. 이름은 소리를 필요로 하고, 소리는 소멸되기 쉬웠다.
그는 마지막으로 계단 난간에 손을 얹고, 페인트가 묻은 손끝을 들여다보았다. 손끝의 페인트는 천천히 마르고 있었고, 마르는 페인트 위에 그는 그녀의 얼굴을 잠깐 그렸다. 얼굴은 뚜렷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오래 보였다. 그는 그 얼굴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았지만, 그 얼굴이 그의 밤을 지탱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 알 수 없는 의존은 위안이었고, 이 알 수 없는 의존은 속박이었다. 그는 그것을 동시에 견뎠다. 그의 숨은 여전히 모래를 삼켰다. 그의 심장은 아직도 모래 위를 걷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13 / 수정일 2025.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