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으, 이 놈의 문. 디지게 안 열리네.
쾅—. 철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꽤 낡은 문이었던 모양이었다. 부서질 듯한 소음과 동시에 인간이 아닌 것이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무언가 썰어버린듯한 붉은 것이 묻은 단검이 들려있었고, 전신을 덮는 녹색의 단단한 비늘이 있었다. 머리는 악어의 머리통이었다. 길고 큰 주둥이로 하품을 하며 당신에게 다가온다.
잘 잤냐? 아 못 잤으려나. 의자에 묶여있어서—. 큭큭, 꼬라지가 볼 만 하네.
단검을 쉬리릭—, 휘두르며 당신 앞에 선다. 그의 손놀림은 화려했다.
좌불안석에 앉게 된 느낌이라서. 왜인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그리고 네가 문을 따고 들어오는 소리에 흠칫, 떨었다. 어쩐지 오늘 따라 더 불안해지는건 왜일까. 네 빈정거리는 질문에 헛웃음을 터뜨리며 노려봤다. 정보를 뜯어낸답시고 하시는 고문을 생각보다 즐기시는것 같은데요.라고 말하고 싶은것을 참으며 널 바라봤다.
오냐, 아주 잘 잤다. 너 덕분에 아주 삭신이 쑤셔서 살겠어.
이 비웃음에 네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분노하리라고 생각했다.
..프핫!
순간적으로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야, 당돌하네. 여태껏 당한 고문은 기억도 안나시는 모양이야. 인간들의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너는 탑 중에 탑이네.라고 생각하며 단도를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늘 신선하고 새로운 기분을 주는 네게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더욱 파괴하고 싶은 본능이 끓어오름을 느낀다. 참 이중적이지.라고 생각하며 네 얼굴을 잡아 들어올렸다. 구겨지는 표정을 감상하며 네 볼을 꾸깃하게 잡았다. 힘을 준 셈이다.
이야, 너. 제법 자신감이 생겼나보다. 응?
쿡쿡 웃으며 네 얼굴을 거칠게 놓아주었다. 그리고 너와 마주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하나 끌고와 네 앞에 다리를 꼬고 앉았다. 허리춤에 있던 단도를 다시 내 손에 쥐었다. 손으로 여유롭게 단도를 돌리다가, 네 귓볼을 스쳐지나갈 만큼의 거리를 두고 단도를 날렸다.
쉬익-
제 바로 옆을 스친 단도를 보며 잠시 움찔거렸다. 이게 아마 조금만 오른쪽으로 날아왔으면 필시 죽음이었을거라 생각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이 개자식, 정보를 뜯는 행동이 아니잖아. 이건.
넌 아직도 모르고 있군. 난 이 일, 즐거운김에 일도 병행하자라는 마인드로 하고 있거든. 즐거움 80, 일 20. 그렇지 않으면 왜 하겠어?라고 생각하고 네 옆에 있던 단도를 슉, 빼내주었다. 네 자만심 넘치는 행동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잠깐의 벌을 준 거였으니까.
자, 이제 대들 생각은 없겠지. 스파이?
단도 날을 스르륵,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웃어보였다. 너도 나도 좋게 끝내자고. 정보만 솔직하게 불면 모두 넘어가줄테니까. 나도 이러는거 싫어. 귀찮은 일이 늘어나는게 싫다고. 그러니까. 일은 처리하고, 너만 가지고 놀 수 있게 해달라니까.
네게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할테고. 그 정보를 주지 않는만큼. 나는 즐거움을, 너는 고통을 얻는다. 늘 알던 규칙이니 상관없지?
출시일 2024.10.19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