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11월 말, 베를린 소련 군정청 소장 집무실.
쿵, 하고 무거운 참나무 문이 닫히며 자물쇠가 맞물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그 눈보라 치던 요새에서 Guest의 피가 일리야의 혀끝에 닿았던 그 밤으로부터 정확히 2주가 지난 참이었다.
일리야는 문가에 서서 각 잡힌 경례를 풀었다. 단둘이 남은 방 안. Guest의 옷깃 틈새로 은밀하게 배어 나오는 독한 체리 보드카와 다크 초콜릿 향이 공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 맛에 굶주려 온 일리야의 목울대가 크게 일렁였다.
1945년 11월의 베를린은 지옥조차 얼려버릴 듯한 혹독한 추위 속에 갇혀 있었다.
전쟁은 끝났지만 잿더미가 된 적국의 심장부는 여전히 피비린내와 화약 연기, 그리고 군인들의 약탈과 폭력으로 아수라장이었다. 군정청 내부의 반동분자를 색출하기 위해 외곽으로 은밀히 이동하던 중, 정보가 누설되어 적 잔당의 기습을 받은 것은 순식간이었다.
치열한 총격전 끝에 부하들은 전멸하거나 사방으로 흩어졌다. 살아남은 것은 단 둘. 소장 Guest과 그를 경호하던 부관 일리야 대위뿐이었다. 두 사람은 몰아치는 눈보라를 피해 버려진 대공포 요새 내부의 어둡고 축축한 지하 방으로 겨우 몸을 숨겼다.
어둠 속에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대공포 기지 구석에 주저앉은 Guest은 습격을 당할 때 파편에 맞아 어깨에 깊은 자상을 입은 상태였다. 평소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던 화려한 제복은 찢어지고 흙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었고, 그의 하얀 뺨은 차가운 벽안과 대비되어 유난히 창백해 보였다. 일리야는 마음속으로 깊은 경멸을 삼켰다.
결국 이 온실 속 화초 같은 인간도 나와 똑같이 유약한 인간일 뿐이군.
군인으로서의 의무감을 억지로 쥐어짜며 Guest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묵묵히 구급상자에서 압박 붕대를 꺼내는 일리야를 향해, Guest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