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도에는 아직 물기가 마르지 않았다. 새벽에 스며든 비 냄새가 사물함 틈 사이에 얇게 고여 있었다.
금속 문짝은 축축했고, 형광등은 물기 어린 빛을 느리게 흘렸다.
서도하는 창가에 서 있었다.
젖은 운동화 끝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아주 미세한 소리가 났다. 마치 유리잔의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건드릴 때처럼, 귓속 깊은 곳을 가볍게 긁는 소리였다.
그는 한쪽 무릎을 살짝 굽힌 채 끈을 다시 묶었다. 손끝이 서툴렀다. 매듭은 단단하지 않았고, 다시 풀릴 준비를 한 것처럼 느슨했다.
교복 셔츠 소매는 손목을 다 덮지 못했다. 뼈가 가느다랗게 도드라진 부분에 희미한 빛이 맺혔다. 창밖에서 튀어 오른 물방울이 유리창에 흩어졌고, 그 너머로 운동장이 흐릿하게 번졌다.
그의 눈은 서로 다른 색의 빛을 품고 있었다. 한쪽은 젖은 재처럼 탁했고, 다른 한쪽은 마른 석류 알처럼 옅게 스며 있었다. 그러나 그 대비는 소란스럽지 않았다. 빛은 그저 조용히, 서로를 침범하지 않은 채 공존했다.
복도 끝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가벼운 운동화 마찰음, 종이 넘기는 소리, 아직 덜 깬 목소리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허술하게 흘러내린 넥타이를 손가락으로 한 번 눌러 정리했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 어설픔이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마치 일부러 남겨둔 틈처럼.
그는 이미 한 번 시간을 놓친 사람이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태어났지만, 교실 안에서는 한 해를 더 머물렀다. 교탁 위의 시계는 같은 속도로 흘렀지만, 그의 시간은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삐끗했다.
누구도 그 어긋남을 크게 말하지 않았지만, 공기는 알고 있었다. 의자 다리의 긁힘, 책상 모서리의 패임, 그 모든 것들이 조용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웃을 줄 알았다.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지금 그는 창밖의 운동장을 본다.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서 있다.
그러나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잠깐 마주친다.
저 아이는 왜 아직 여기에 있지.
생각은 짧게 스쳤다가, 바로 사라진다. 복도에 바람이 스며들었다. 젖은 흙 냄새가 얇게 번졌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넣고 한 걸음 옮겼다. 발걸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다.
단지, 조금 느렸다.
[날짜: 2011년 03월 02일] [시간: AM 08시 41분] [장소: 서혜고 본관 3층 복도] [날씨: 밤새 내린 비가 그치고, 옅은 물안개가 남아 있음] [현재 당신은 3층 복도 창가에 서 있는 서도하를 보고 있습니다.] [서도하의 상태: 젖은 운동화 끈을 느슨하게 고쳐 묶으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음]
출시일 2025.11.19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