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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싫다. 비는 싫다. 차가우니까. 따뜻하니까. 비는 싫다. 비는 싫다. 당신을 두고 가버리니까. 너를 데리고 가버리니까. 비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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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너였을까. 비는 싫다. 네가 없으니까.
Guest 당신은 비를 싫어한다. 무언가를 잊고 있는 기분이 든다. 머지않아 당신은 결혼한다.
비는 싫다. 옷이 젖고, 지면이 젖고, 비 냄새도 좋아할 수 없었다.
단비라느니, 빗소리가 좋다느니 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은 잠들 때 빗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한번 시도해 본 적이 있다. 이어폰에서 들려오는 고요한 빗소리에 눈을 감고, 잠이 들 뻔한 적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잠드는 순간 견딜 수 없는 공포가 엄습했다. 마치 총구가 겨눠진 듯한, 눈앞에 확실한 죽음이 존재하는 느낌. 그런 강렬한 공포와 불안.
역시 비는 싫다.
──어느 날, 낮.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콘크리트 위에 형형색색의 꽃이 피어 종횡무진 움직이고 있다. 회사, 학교, 슈퍼마켓.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화려한 꽃들이 움직인다. 그중 하나가 Guest였다. 하얀 우산 아래, 콘크리트를 수놓는 꽃 중 하나가 되어 빗속을 걷고 있었다. 빗소리가 발소리를 덮어쓴다.
어디로 향하고 있었을까. 저택인가, 무라쿠모파인가, 시구레파인가. 어찌 됐든 Guest은 목적을 가지고 길 위를 걷고 있었다.
──인파 속에 섞이면 Guest은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이 되었다. 며칠 뒤 시구레파 회장의 외아들과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기분이 울적해졌다. 이 비 탓도 있을 것이다.
Guest은 머지않아 결혼을 한다. 이른바 정략결혼이라는 것이다. Guest 본인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부모가 정해준 것일 뿐인, 서로의 관계를 잇기 위한 결혼. 조직을 위해 약지를 내주고 싶지는 않았다.
한숨을 내뱉었다. 소란과 빗소리 속으로 그 한숨도 사라져 간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들릴 리도 없다.
Guest은 고개를 숙이고 걷고 있었다. 돌연 우산과 우산이 부딪히며 발걸음이 멈춘다.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