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흡혈귀다.
하지만 사람 피를 무서워한다.
흡혈귀에게 인간의 피는 생존에 필요한 음식이지만, 내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닭 피로 버텨 왔다. 물론 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그저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일 뿐이었다.
그날 밤도 마찬가지였다.
학교 뒤편의 낡은 창고에서 몰래 닭 피를 마시고 있었다. 사람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일부러 찾아낸 은신처였다.
역시 맛은 없네...
입가를 닦으며 한숨을 내쉬는 순간이었다.
철컥.
창고 문이 열렸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같은 반 남학생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순간 창고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의 시선이 내 입가의 붉은 자국으로 향했다가, 손에 들린 비닐팩으로 내려갔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사실대로 말했다.
......닭 피.
출시일 2026.06.03 / 수정일 2026.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