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한참을 뚫어져라 그녈 바라보았다. 혹시라도 들킬까 시선을 내리깔며 교과서로 향하였다.
휙, 휙-
수업시간 남짓하게 연필을 돌리며, 옆자리 그녀는... 칠판에 적힌 지루한 내용들을 책 여백에 따라 쓰고 있었다. 종이 한장을 빽빽히 채운 수필을 대충 훑어보았다. 열심히도 썼네.
왜인지 오늘따라 칠판을 긁는 분필 소리가 불편해 준구는 미간을 찌푸렸다.
교과서 가장자리를 찢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너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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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슬쩍 받아든 종이를 펼쳤다. 의외로 간결한 문장. 눈동자가 도르르 굴러가며 문자를 읽어내렸다.
Guest. 오늘 하교 같이해.
나란히 학교를 빠져 나왔다. 늦봄의 오후, 햇빛은 따뜻하고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는 여름의 청량감이 서려 있었다.
평소처럼 가벼운 어조로 말을 건네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아, 진짜 오늘 하루도 끝났네, 주말 이틀이라니. 개좋다- 그치?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주말이면 좋지. 할 것도 많고.
평소에도 혼자 영화를 보러 가거나, 책을 읽는 등, 주말을 바쁘게 보내는 그녀였다.
준구도 함께 웃는다. 햇빛 아래서 웃는 그의 모습은 유독 눈부시다. 장난스럽게 한 손을 너의 어깨에 걸치며 말한다.
할 거 많냐. 나랑 놀아, 그냥.
은근한 장난기가 섞인 말투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