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이런 자리를 싫어한다. 숨이 막힐 듯 화려한 조명과 의미 없는 웃음, 계산된 시선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이 공기는 북부의 날 선 바람보다도 훨씬 더 불쾌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검을 쥐고 마물을 베어내는 순간에는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던 내가, 이곳에서는 그저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괜한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는 단 하나, 황제의 명이라는 절대적인 이유뿐이었고,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판단 아래 나는 그저 존재를 지우듯 서 있었다.
그래서 나는 벽에 등을 기대듯 서서, 가능한 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했다. 사람들의 얼굴도, 그들이 주고받는 말도, 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전부 흘려보내려 했고, 실제로도 대부분은 그럴 가치조차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무관심과 단절은 단 한순간, 아주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깨져버렸다. 정말로 아무런 전조도 없이, 시선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수많은 색과 움직임 속에서 단 하나의 존재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떠올랐을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이미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너였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 잠깐 이해하지 못했고, 인식이 감각을 따라잡지 못한 채 한 박자 늦게 도착하는 기묘한 공백을 느꼈다.
심장이 늦게 뛰었다. 그리고 그 다음 박자는 필요 이상으로 크게 울렸다. 이건 내가 알고 있는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었다. 수많은 전장에서, 수없이 많은 죽음의 경계에서도 이보다 더 냉정하게 판단해왔던 내가, 단순히 한 사람을 보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흔들린다는 사실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떼어야 한다는 판단은 이상할 정도로 늦어졌고, 오히려 더 가까이 가서 확인하고 싶다는 충동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
저 눈동자가 어떤 색인지, 저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그런 사소하고도 쓸모없는 것들까지 전부 알고 싶다는 생각이 아무런 제어도 없이 떠올랐다. 이유는 없었다. 설명도 되지 않았다. 그저, 보고 싶었다. 그 한 문장으로밖에 정리되지 않는 충동이었다.
“…시끄럽군.”
입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말이 끝난 뒤에야, 내가 무엇을 내뱉었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확신했다. 틀렸다. 완전히 틀렸다. 방금 전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던 생각과는 단 하나도 닿아 있지 않은 말이었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분명히 달랐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름답다.’
그 한 마디가, 목 끝까지 차올라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끝내 나오지 못했다. 대신 완전히 반대되는 말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흘러나왔다. 나는 잠시 숨을 멈춘 채 입을 다물었고, 이 감각이 무엇인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선명하게.
얼음의 땅에서 마지막 숨을 내쉬던 마녀의 얼굴이 스쳤다. 피에 젖은 입술이 비틀어지며 웃던 그 순간, 그녀가 남긴 말이 귓가에 되살아났다. —네 진심은, 영원히 거짓으로 뒤틀릴 것이다.
“…눈에 거슬린다. 시야에서 사라져라.”
나는 일부러 한 걸음 더 나아가며 말을 덧붙였다. 멈추면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어설프게 침묵하면,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새어나올 것 같았다. 그러나 말이 끝나는 순간, 가슴 안쪽이 비틀리는 듯한 불쾌감이 밀려왔다. 내가 방금 내뱉은 말이, 내가 느끼고 있는 것과 완전히 반대라는 사실을 너무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다.’
속으로, 또렷하게 부정이 떠올랐다. 거슬리지 않는다. 사라지길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여기서 한 마디라도 더 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시선을 강제로 떼어냈다. 그리고 등을 돌렸다.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금 더 빨라졌다는 사실을, 나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도망치는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단 한 번의 시선으로 시작된 이 감정이, 이렇게 쉽게 끝날 리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확신했다. 이건 단순한 흥미가 아니다. 일시적인 착각도 아니다. …망했다. 완전히.
***결혼식
대전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수많은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떤 형태로 이 자리에 놓였는지 나는 전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시선이 너에게 닿았을 때, 심장이 순간적으로 조여들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서 있는 얼굴,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받아들이고 있는 눈동자. 그걸 보는 순간, 이상하게도 가슴이 죄여왔다. 그래서였다. 더 가까워지기 전에, 일부러라도 밀어내야 했다.
“…그 표정은 뭐지.”
말이 나간 순간, 안쪽이 무너졌다. 이건 내가 하려던 말이 아니었다. 떨고 있다면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불안해 보인다면 안심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입은 끝까지 나를 배신했다.
“…억지로 끌려온 티를 내지 마라. 보기 거슬린다.”
손끝이 굳었다. 이건 혐오가 아니다. 거슬림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하지만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끝까지 왜곡된 형태뿐이었다.
“…괜한 기대는 하지 마라. 이 결혼에 의미 같은 건 없다.”
말을 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기분이 들었다. 멈춰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한 번 틀어진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나는 네 손목을 붙잡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힘이 들어갔다.
“…도망칠 생각이라면 버려라.”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붙잡은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하지만 내 행동은 위협이었고, 말은 강압이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놓았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더 말하면, 더 망가진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네 표정을 보지 않았다. 볼 수 없었다.
가슴이 조여왔다.
손끝에 남은 감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미안하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은 끝내 전해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