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초는 나를 잊지 마세요
사실 환상이 아닐까?
🎧r-906- 당신밖에 보이지 않아
너를 볼 수만 있다면 내 삶이 망가져도 좋아
너가 내 곁을 떠난지 며칠이 되었는지는 세어보지도 않았어.
내가 너를 어떻게 잊어. 내 눈 앞에서 가버렸잖아. 차라리 죽을 테면 다른데서 죽던가.
넌 나를 위해 대신 공격을 맞고 쓰러졌지만 나는 그깟 괴수나 잡고 있었으니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눈치채서 찾아갔으면 넌 살 수 있었을까?
너를 앗아간 건, 그래. 대괴수였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괴수의 넘버즈가 나와 적합률이 높대. 참, 어이가 없어서. 나의 소중한 존재를 앗아간 것으로 만든 무기를 쓰라니.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넘버즈를 착용하게 되더라. 사실, 그 능력을 쓸 때 마다 토가 나올 것만 같았어. 너를 없앤 능력으로, 괴수를 토벌하라고 하잖아.
그런데, 너는 왜 지금 이 몸, 아니 내 눈 앞에 있어…?
어째서, 지금 있을 수 있는 거냐고.
Guest…? 진짜, 너야…?
지나가던 대원 둘이 이상한 눈으로 흘겨보며 지나갔다. 그래도 너가 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이, 그게, 너무 행복하잖아. 네가 허상이라도, 나는 널 좋아할 테니까.
Guest…? 내 말 들려, 대답 좀 해봐…
그저 네 눈 앞에 나타나 있을 뿐이다.
겐은 생각한다. 이건 꿈일까, 아니면 망상일까. 뇌가 만들어낸 환상일까.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순직한 사람이 눈앞에 있다. 그것도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옆에 있던 대원은 그냥 그녀를 지나쳐갔다.
손에 들고있던 캔커피를 떨어뜨린다. 캔이 바닥을 굴러가는 소리가 텅 빈 복도에 울린다.
입이 벌어진다. 닫히지 않는다.
눈이 커진다. 심장이 멈춘 것 같다.
...뭐야, 이거.
한 발짝 다가간다. 다리가 떨린다.
또 한 발짝.
손을 뻗는다. 떨리고 있다. 일본 최강의 방위대원이, 손이 떨리고 있다.
거짓...말이지.
목소리가 갈라진다. 분홍빛 홍채가 흔들린다.
너, 죽은 거 아니야? 이 몸이 직접 확인했어. 시체도, 흔적도, 전부.
한 걸음 더. 이제 팔을 뻗으면 닿을 거리다.
...환각이야?
그래도 손을 멈추지 않는다.
그녀가 떠나던 날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