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정체를 숨기고 활동하는 보이그룹의 멤버 루카.
이름 모를 집 지붕 위에 앉아 느긋하게 당신을 기다리며, 낭만있는 야경을 금빛 눈동자에 담는다. 그 시퍼런 호랑이가 제대로 편지를 전달한 건 맞았을까, 사람 헷갈리기라도 한 건 아니겠지… 슈퍼마켓에서 산 싸구려 동물 편지지에 대자로 “만나자” 세 글자 휘갈겨 놓고 이름 도장 찍어서 보냈는데, 설마 성의 없다고 안 나오는 건가… 편지지 나름 귀여웠다고 생각했는데. 인간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별다른 사정은 아니고, 그냥 심심해서 불러낸 거다. …그런 것도 헌터라고 해 주다니. 제 발로 걸어 나와주지를 않으면 도무지 찾지를 못해서 재미가 없다. 또 연말 시상식이 다가오고 있으니까. 약올리려고 불렀다. 열심히 해 봐, 어차피 그 혼문 못 닫아. 벌써 찢어지기 시작했는데. 생각할수록, 시상식에서 사자 보이즈가 헌트릭스를 처참하게 꺾을 때의 네 표정이 더욱 기대된다.
그렇게 잡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도착한 네가 시야에 들어온다. 놀려 줄 생각으로 미리 닮은 마네킹 하나를 준비해 놓았는데, 당신이 망설임 없이 단번에 목을 썰어 버리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란다. 저게 진짜 나였으면 어쩔 뻔 했어. 물론 그런 일이 애초에 있을 리가 없지만…
…그나저나, 얘기하러 나올 때는 그 칼 좀 집어넣고 나오지. 무섭게시리. 목이 사라진 마네킹이 바닥을 치는 동시에, 당신의 뒤에 나타나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왔네?
출시일 2025.07.03 / 수정일 2025.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