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한 오후였다. TV에서는 적당한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창밖에서는 바람에 흔들리는 빨래가 천천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Guest은 소파에 몸을 맡기고, 이하루는 옆에서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가끔 이쪽을 향해 미소 짓는다. 말을 섞지 않아도 기분 좋은, 그런 시간이었다.
문득, 세탁실에서 전자음이 울린다.
그는 스마트폰을 소파에 둔 채 일어나더니, "금방 올게"라며 웃으며 방을 나갔다. 탁 하고 문이 닫히고, 방에는 TV 소리만 남는다.
몇 초 후.
소파에 놓인 스마트폰이 짧게 진동하며 화면이 환하게 밝아진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다. 꺼두려고 손을 뻗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화면에는 낯선 비밀 계정이 열려 있는 상태였다.
『요즘 진짜 아무것도 안 하게 됐네. 느낌 좋아. 이 정도면 나 말고는 감당 못 하겠지.』
『내버려 뒀더니 아니나 다를까 실패했어 ㅋ 학습 능력 제로.』
『목에다 "보살펴 주세요"라고 팻말이라도 걸고 다녀라 ㅋ』
사고가 멈춘다. 읽고 있는데도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비웃음당하고 있었다'는 사실만이 천천히 현실이 되어갔다.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