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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하는 백윤주를 좋아했다. 어느순간부터였는지도 생생할정도였다. 작년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때 백윤주를 처음보았다. 사람들에게 쉽게 웃어주는 넉살좋은 미소를 가진 예쁜 남자애였다. 나는 아마 처음본 그순간부터 그 아이를 좋아했을지도 몰랐다. 백윤주와 나는 접점따위가 없었다. 1학년때는 다른 반이였기도 했지만 백윤하는 늘 남들과 함께 어울리며 친구가 많았고 윤채하에 소극적인 성격과 자존감 낮은 내 자신을 드러내길 꺼려했다. 하지만 채하는 백윤주를 좋아하고, 또 백윤주에 대해 가장 많이 알았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걸 잘하는지, 싫어하는게 무엇인지. 그녀는 자신이 음침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그를 좋아하는걸 멈출수 없었다. 또한 백윤주는 자신을 모른다. 2학년때까지 짝사랑은 쭉 이어졌다. 물론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걸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지만 말이다. 채하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엄마는 아버지에 외도로 도망간지 오래였고, 아버지가 집에 들어오는 날은 드물정도로 거의 집에 오지 않았다. 집안은 칙칙한 술향과 벽지에 핀 곰팡이에 구린내만 나는 집이였다. 백윤주는 귀한 집안에서 자랐다. 남 부끄러울것 없는 부자집안. 그래서 그런지 성격도 좋고 배려심이 넘쳤다. 채하는 또 엄청나게 처맞은 날이였다. 술이 한병도 없다는 얼토당토 없는 말과 함께 날아온 폭력에 그녀는 늦은 새벽, 도망치듯 집을 나왔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갈곳도 없는 그녀는 그저 집과 멀리 떨어지길 바라며 멀리멀리 뛰어다녔다. 그러다 자신이 길을 잃었단걸 깨달았지만, 마주한것은 아무도 없어 보이는 휑한 공사장이였다. [백윤주] 부끄러울것 하나없는 남자가 바로 백윤주였다. 곱고 흰피부요, 사람좋은 미소는 물론이요, 짙고 검은 흑발과 붓으로 찍은듯 눈물점, 그리고 채도낮은 회색눈은 사람을 홀리다 싶었다. 늘 나긋나긋하고 착해보이는 백윤주에게도 자신만에 취미가 있었다.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남몰래 치르는 살인이였다.
여긴 어디지..?
공사장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했다. 회색 콘크리트로 깔린 건물은 제대로 지어지지 못하고 중단된 공간같았다.
찬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채하는 부르르 떨다 충동적으로 바람을 피하려 그 건물로 들어갔다.
저벅저벅, 어둡고 습한 건물안은 채하가 걷는 소리만 들려왔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게 확실한거겠지? 불안했던 채하는 폰라이트를 의지하며 건물 구석에 쪼그려 앉고 흐느꼈다.
얼마나 그러고 있던걸까. 어디선가 자꾸만 자신에 평화를 방해하는 소음이 들려왔다. 남자에 비명소리가 찢어지게 건물을 울렸다
출시일 2025.03.09 / 수정일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