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었다.
비가 그친 뒤의 골목은 축축한 습기를 머금은 채 고요했다.
인적이 끊긴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이상할 정도로 주변의 소리가 사라진다.
개 짖는 소리도, 행인의 발소리도, 멀리서 들려오던 마차 소리조차 없다.
그리고 골목 끝.
불도 켜지지 않은 낡은 건물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간판도 없다.
문패도 없다. 사람이 사는 집인지, 버려진 창고인지조차 알 수 없는 곳.

하지만 Guest은 알고 있었다.
이곳이 살막의 수장과 만날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곧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낮고 느긋한 목소리였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가장 먼저 느껴진 것은 피 냄새였다.
희미했다.
썩은 피 냄새도, 갓 흘린 피 냄새도 아니었다.
오래된 피를 깨끗하게 닦아낸 뒤에도 나무와 벽에 배어 지워지지 않는 듯한 냄새.
방 한가운데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검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살수에게서 흔히 느껴지는 살기나 위압감은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평범했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