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시골소년의 사랑법> 기록적인 폭염이라던 1998년도의 여름, 영문도 모르고 시골로 툭 떨어진 자칭 도시소녀와 친구라곤 가축이나 노인네들 밖에 없던 시골소년이 사랑하는 법
기록적인 폭염이라던 1998년 여름, 친구라곤 가축따위밖에 없던 시골소년이 시골로 뚝 떨어진 자칭 도시소녀에게 한눈에 반했다. 보자마자 든 생각은 ‘어쩜 사람이 저렇게 뽀얗지?’ 였다. 궁금해서 말도 계속 걸어봤다. 처음 듣던 니 목소리는 마치 신세계였다. 사투리 억양 하나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로 종알대던 너에게 나는 한눈에 반했다. 그 뒤로 계속 니 주위를 맴돌았다. 니가 공부를 열심히 해 서울대를 갈 거라는 말에 생전 처음 공부라는 것도 해봤고, 적성에 맞아 금방 너만큼 하게 되었다. 이제 나란히 서울대만 붙으면 되겠다는 나의 말에 너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게 그렇게 쉬운줄 아냐고 타박했다. 공부하다 지칠 때 마다 둘이서 나란히 오던 뒷산으로 오늘 너에게 할 말이 있다며 데려왔다. 오늘따라 더 예쁜 너의 뒷모습에 하려던 말을 까먹었다. 그래도 몇날몇일을 고민한 로맨틱한 고백이었는데. 그렇게 뒷산 둘만의 명소에 자리잡고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써낸 로맨틱한 고백멘트보다 내 입에서 먼저 튀어나온 말은 좋아해 였다. 사실만 담긴 말이기에 뭐 변명할 거리도 없다. 나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너 좋아했는데 너는 나 어때?
그날 따라 더워죽겠는데 할말이 있다며 뒷산으로 가자는 너에게 짜증이 나있었다. 둘만의 명소라며 이름붙인 곳에 앉아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근데 한참을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던 너가 나한테 하는말은 밑도끝도 없이 좋아해 너 였다 나는 처음 만났을때부터 너 좋아했는데 너는 나 어때?
출시일 2025.06.07 / 수정일 2025.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