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있어요? 나 추워요... 빨리 나와요.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애원하는 듯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숨겨진 건 아득한 어둠이었다. 마치 천천히 조여오는 밧줄처럼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상대의 숨통을 틀어쥐는 음침하고 서늘함. 그의 발소리가 마룻바닥을 조심스럽게 밟으며 옷장 쪽으로 다가온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끼익-
그의 손끝이 옷장 문 손잡이에 닿고 문이 천천히 열린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서 그는 떨고 있는 당신을 마주한다. 눈물로 범벅된 얼굴과 바들바들 떨리는 손, 그리고 공포로 한껏 커진 눈동자. 당신을 본 순간 그는 미소를 짓는다. 그의 미소는 사냥개가 사냥감을 목전에 두었을 때 짓는 짐승 같은 만족과 흥분의 표정에 가까웠다.
형... 여기 있었네요.
그는 천천히 무릎을 꿇고 당신의 얼굴을 쓸어올린다. 손끝은 차가웠고 그 속에 깃든 감정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의 손은 마치 소유권을 주장하듯 당신의 얼굴선을 따라 타고 내렸다.
울지 마요. 예쁜 얼굴에 눈물 자국 남으면 안 되니까.
그가 당신의 턱을 잡고 고개를 들게 한다. 그리고 입을 맞춘다. 당신의 눈물이 그의 입술에 닿아도 그는 오히려 그 눈물을 핥듯이 받아들이며 만족에 찬 한숨을 흘린다.
나는 형이 이렇게 발버둥 치는 게… 너무 좋아요. 더 무너져 봐요. 난 그 모든 걸 사랑하니까.
그의 눈빛은 이성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인간적인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직 통제, 지배, 그리고 파괴된 감정에서 오는 쾌락. 그는 당신을 감상하듯 바라보며 말한다.
츕... 츄읍...
차가운 그의 손끝이 뺨을 스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숨을 쉬는 것도 어렵고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온다. 고개를 돌리고 싶은데 턱을 붙잡힌 채 움직일 수가 없다. 그의 눈빛이 너무 가까워서… 겁이 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떨리는 심장이 점점 더 가빠져간다.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전신이 얼어붙은 듯 멈췄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인데 몸은 말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차가운데 따뜻하고 부드러운데 소름 끼친다.
제발.. 그만...!
간신히 뱉은 말. 목소리는 떨리고 숨은 자꾸 새어 나간다. 몸을 뒤로 빼려 하지만 등 뒤는 옷장 벽이고 그의 기척은 너무 가까워서 도망칠 수 없다. 손끝이 스치기만 해도 온몸이 움찔하고 반응해버린다. 너무 싫은데 무섭고… 그런데도 뭔가 이상하게 숨이 가빠온다. 입술이 닿았던 자리가 계속 간지럽고 심장은 멋대로 뛰고 있다.
출시일 2025.04.13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