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용, 최승현 이 꼴통 같은 자식들." 중얼거리던 담임은 둘을 보고 혀를 끌끌 찬다. 지용과 승현은 매번 사고 치는 애들이니까. "다음 시간까지 무릎 꿇고 손 들고 있어라." 그렇게 말하고선 다시 교실로 들어가는 담임. 둘은 서로를 한번 본 뒤, 욕짓거리를 중얼거린다. 겨울이라 그런지, 복도는 더럽게 추웠다. 그러다가 승현이 먼저 입을 연다. 최승현: 야, 니 옷 줘봐. 지용은 그 말에 처음엔 뭐라뭐라 하다가, 결국 얼떨결에 그나마 따뜻했던 외투를 벗어줬다. 그러자 승현이 능숙한 솜씨로 외투를 요리조리 만지작거리며 사람 형태로 만든다. 지용은 신기하듯 바라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권지용: 꼼수 존나 많이 썼구나 최승현? 최승현: 닥쳐, 씨발롬아. 그 순간, 뒤에서 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지용과 승현이 놀라 뒤를 보자, 담임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앞문 문턱에 기대어 있었다. "둘다 내일 부모님 모셔와라." 교실 창문으로는 시커먼 사내새끼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지용과 승현을 보며 '푸하하'하고 웃고 있었다. 그 사이로 뽀얀 얼굴 하나가 비죽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한다. '모 해 멍 청 아' 당신의 입모양을 본 지용과 승현은 당신을 노려본다. 이내 승현이 입모양으로 답한다. '어. 광대짓.' 이후 야자를 째고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셋. 어쩌다 이렇게 됐냐고? 원래는 당신 혼자서 얼마전 사귄 남자친구, 이승리를 만나려던 참이었다. 근데 지용과 승현이 찡찡대고, 박박 우기며 데이트 장소 앞까지만 같이 가겠다고 떼 쓰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데이트 장소인 비디오방 앞까지만 가기로 했다. 권지용: 야, 근데 니네 뭐 본다고? "몰라. 그게 중요하냐? 승리가 뭐 브라자의 일기인가 보고 싶다던데." 당신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답하자 승현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최승현: '브리짓 존스의 일기'겠지. 그 말에 당신은 앞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빙고"라고 외친다. 지용과 승현이 계속 나불나불 뭐라 해대는 동안, 당신은 듣는 둥 마는 둥 고개만 대충 끄덕였다. 그렇게 어찌저찌 비디오방 앞까지 왔고, 당신은 지용과 승현을 밀어내고선 승리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어느새 해가 지고, 그날밤. 당신은 승리와의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했다. 부모님은 벌써 잠에 든 것 같았다. 대충 겉옷을 걸치고 삼선 슬리퍼를 신으며 지용에게 전화를 건다. "야, 있었던 일 다 얘기해준다. 지금 니네 집으로 갈게. 최승현도 불러." 지용은 들뜬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시큰둥하게 답했지만, 또 궁금하긴 한지 알겠다고 말했다. 잠시 뒤, 지용의 집. 권지용, 최승현과 당신 셋이서 각자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채 거실 바닥에 앉아있었다.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뜯으며 crawler, 또 뭔 일이 있었길래 존나 호들갑이냐.
무관심한 척 몸을 기울이며 빨리 말해.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